[ASEM정상회의]김대중대통령 개회식 연설(전문)

  • 입력 2000년 10월 20일 10시 23분


여러분의 서울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여 마음으로부터의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오늘 저는 특별한 감회속에 여러분을 맞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이 나라 역사상 최대규모의 외국 정상들을 맞이하여 제3차 ASEM 정상회의의 큰 경사가 열리게 된 사실입니다. 다른 하나는, 부족한 제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여러분을 맞게 된 것입니다.

저의 이러한 수상의 영광은 오직 우리 국민과 여러분의 성원의 덕으로 생각하고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시아-유럽 정상회의는 불과 4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두 지역간 명실상부한 협력의 중심축으로서 확고하게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인류는 지난 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비롯하여 격심한 분쟁과 수많은 갈등을 겪었습니다. 국가와 이념, 종교와 인종간의 첨예한 대립 속에 커다란 희생을 치러야 했습니다.

이러한 역사의 뼈아픈 교훈을 바탕으로 세계는 이제 화해와 협력을 통한 21세기 공동번영의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도 세계의 도처에서 갈등은 계속되고 있지만 화해와 협력은 결코 포기될 수 없는 인류공동의 염원인 것입니다. 남북한 관계의 진전이 그 대표적 사례가 될 것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최근의 남북관계에 대해 잠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에서의 냉전의 빙벽이 마침내 녹아내리기 시작했습니다. 50년동안 갈라져 있던 이산가족들이 만나고, 휴전선으로 폐허가 되었던 남북한 철도를 연결하는 기공식이 있었습니다. 남북국방장관회담이 열려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남북한 선수들이 손을 맞잡고 함께 입장함으로써 전세계를 감동시켰습니다.

또한 지난주에는 북한과 미국이 양자관계를 전면적으로 개선한다는 공동선언도 발표되었습니다. 저는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머지않아 북-일관계도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이 여러분의 성원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입니다. 다시 한번 여기 모이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면서, 앞으로도 더욱 적극적인 성원을 부탁해 마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미 '정보혁명'의 시대, '지식산업 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그늘진 곳도 있습니다. 이른바 '정보화 격차'(Digital Divide) 현상이 지구촌의 균형발전에 새로운 장벽요인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제 '정보화 격차'문제는 아시아와 유럽이 함께 해소해 나가야 할 필수적 정책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 국가의 내부는 물론 국가와 국가간의 갈등과 국제적 분쟁의 원인이 되어온 빈곤과 소득격차 문제는 인적자원의 개발을 통해 진정한 해결책이 모색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인재가 정보화의 혜택을 고루 누리고 삶의 질이 향상되는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아시아와 유럽의 적극적인 상호협력을 기대해 마지 않습니다.

ASEM의 협력사업은 역내 모든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다주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이번에 특히 다음의 몇가지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합니다.

첫째, 아시아와 유럽간 협력의 기본방향을 정하는 지침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이번 회의에서는 ASEM의 원칙과 비전 등을 규정한 '2000 아시아-유럽협력체제'(Asia-Europe Cooperation Framework 2000)가 채택될 예정입니다. ASEM은 이를 계기로 아시아와 유럽 각국의 정부간 공식협의체로서 보다 확고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둘째, 아시아와 유럽의 두 지역간 정치-안보 대화가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우리 정상들은 최근 아시아와 유럽의 정세변화에 대한 논의와 함께 유엔 개혁, 군축, 대량파괴무기 비확산을 비롯한 범세계적 정치-안보 이슈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누게 될 것입니다.

셋째, 아시아와 유럽 각국이 공동으로 직면하고 있는 경제적 현안들을 함께 풀어나가기 위한 논의가 보다 구체적이고 내실있게 이루어져야 하겠습니다.

'유라시아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 전자상거래의 진흥과 같은 지식-정보 분야에서의 보다 실질적인 협력이 필요합니다. 경제와 금융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상호협력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넷째, 두 지역간 교육-문화-사회분야의 협력을 보다 강화하고 민간의 참여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이번 회의에서 'ASEM 장학사업'이 신규사업으로 채택되면 두 지역의 인적 교류에 큰 도움이 될 것 입니다. 또한 '아시아-유럽 재단' '아시아-유럽 비즈니스 포럼'을 비롯해 민간의 참여를 활성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ASEM은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인류보편의 가치를 위해서도 중지를 모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환경, 마약, 테러와 전염병과 같은 초국경적 문제들 역시 어느 한 나라만의 과제가 아닙니다. 인류와 지구촌 공동의 과제에 대한 협력방안들이 보다 전향적으로 논의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번 제3차 ASEM 정상회의가 아시아와 유럽의 '새천년 번영과 안정의 동반자' 관계를 이루어 나가는 든든한 토대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 정상들의 노력과 헌신이 회원국들의 번영과 교류증진은 물론,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확신해 마지 않습니다.

내실있는 논의와 큰 성과를 기대하면서, ASEM의 무궁한 발전과 회원국 모두의 번영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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