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여야입장]"말듣는데 비중"-"경제 집중거론"

  • 입력 2000년 10월 8일 19시 56분


여야 영수회담을 하루 앞둔 8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회담 준비로 바쁜 하루를 보냈다.

▽청와대〓청와대는 정무수석실 등 관련 수석실의 비서관들이 휴일인데도 출근해 회담자료를 챙겼다. 비서실은 김대통령에게 방대한 자료를 올렸으나 이번 회담이 사전조율 없이 이뤄지는 것이어서 김대통령의 평소 구상이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이총재가 영수회담을 여러 차례 요청했기 때문에 이총재의 의견을 듣는데 비중을 둘 방침. 즉 정치적 쟁점현안의 해결보다는 국민적 컨센서스의 형성이라는 차원에서 영수회담에 임한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이총재의 의견을 경청한 뒤 우선적으로 경제위기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개혁 부진이 경제위기의 주원인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개혁 관련 입법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정치는 국회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총재가 김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를 요구할 경우에도 이렇게 답변할 가능성이 크다.

김대통령은 또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과속(過速)’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을 거듭 표명한 뒤 초당적인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면현안인 의약분업에 대해서도 시행의 불가피성을 설명한 뒤 약사법개정 등 보완조치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발표형식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모습.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은 “회담 때마다 합의문을 낼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총재는 경제문제와 남북문제, 의약분업 등 크게 세가지 분야로 나누어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이총재는 공적자금 추가 조성, 유가파동에 대한 대비 부족, 대우자동차 및 한보철강 매각 실패 등 경제문제를 집중 거론할 방침. 그는 또 ‘유연한 상호주의’라는 입장에서 식량지원과 납북자 및 국군포로 송환문제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속도조절’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식량지원과 관련해서는 동북아개발은행(가칭) 설립을 통한 다국적 지원을 제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총재는 7일 여의도 당사에서 의약계 대표들을 두루 만나 입장을 듣고 당내 의약분업대책 특위위원장인 강재섭(姜在涉)부총재의 보고도 받았으나, 의약분업과 관련해서는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대통령 직속으로 보건의료발전특위를 구성, 장기적인 의료체계 개혁방안을 추진하자고 제안하는 한편 정부의 ‘밀어붙이기 식’ 등 방법상의 문제점을 주로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주진우(朱鎭旴)총재비서실장은 “의제를 조율하지 않고 자유롭게 얘기하기로 했으며, 합의문을 만들 계획도 없고, 굳이 합의할 내용이 있으면 양쪽 대변인을 통해 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묵·공종식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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