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국감자료]의원들 '대어낚기' 분주

  • 입력 2000년 10월 6일 18시 45분


국회가 정상궤도에 진입함으로써 국정감사가 코앞에 다가왔다.

여야는 이달 중순부터 국감에 돌입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에 따라 의원들과 보좌진은 각종 아이디어를 동원, 국감에서 ‘대어(大魚)’를 낚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모의 국감실시〓산업자원위의 김방림(金芳林·민주당)의원은 9월 중순부터 보좌진과 함께 거의 매일 ‘모의 국정감사’를 실시 중. 지난주에는 ‘산업자원부 에너지파트’ ‘한국전력’ ‘지역난방공사’ 등 산하기관에 대한 모의감사를 실시했다. 처음에는 김의원이 장관이나 공기업사장역을, 보좌진이 의원역을 맡아 질문 답변을 하고, 다음에는 역할을 바꾸는 식이었다. 김의원은 “모의감사를 하면 사안에 대한 이해도가 빨라진다”고 말했다.

▽‘007작전’ 방불〓환경노동위의 오세훈(吳世勳·한나라당)의원측은 9월 중순 대형건물 지하주차장의 공기오염도 측정을 위해 여의도의 한 빌딩에 잠입, 오염측정기를 몰래 설치했다. 그러나 얼마 안돼 오염측정기가 발각되는 바람에 빌딩측이 주차요원을 3배로 증원해 감시에 나섰다는 것. 오의원측은 주차요원들의 눈을 따돌리는 절묘한 침투작전으로 4일만에 다시 오염측정기를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현장방문〓교육위의 임종석(任鍾晳·민주당)의원은 비리 가능성이 있는 23개 학교의 학교공사현황과 회계장부를 제출받아 실사가 필요한 학교는 직접 현장을 방문했다. 설계도면 대로 공사가 됐는지, 공금유용은 없는지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또 산자위의 안영근(安泳根·한나라당)의원은 8월부터 인천 석유천연가스(LNG) 탱크 4곳을 방문, 지반침하 등 안전성 여부를 조사했다.

▽보좌진의 활약〓정무위의 안대륜(安大崙·자민련)의원실에는 요즘 각종 비리를 폭로하는 제보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전직의원들의 베테랑 보좌관들로 구성된 안의원 보좌진이 과거 인맥을 활용, 9월초부터 ‘사외이사 문제’ ‘군내 비인가서클 현황’ 등을 공개하며 발빠르게 치고 나가자 제보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것. 농림해양수산위의 정장선(鄭長善·정장선)의원은 아예 농사꾼 출신인 김진해(金鎭海)씨를 비서관으로 채용, 농산물 유통문제를 파고들고 있다. 김씨는 90년부터 전북 남원에서 5년간 직접 농사를 지었다.▽자료제출 줄다리기〓정보통신부는 국감 때마다 도청 감청 건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자, 이번에는 아예 도청 감청 통계를 먼저 발표한 뒤 발표 당일 의원회관에 일제히 자료를 돌리는 ‘꼼수’를 써 의원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보건복지위의 심재철(沈在哲·한나라당)의원은 보건복지부에 보육시설에 대한 융자지원 실태 자료를 요구했다가 보육시설연합회 간부로부터 “안 그래도 어려운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괴롭히려 하느냐”는 항의전화를 받아야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의 의원 중 상당수는 해당기관으로부터 문서자료 대신 ‘E메일’을 통해 국감자료를 받아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