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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0월 4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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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은 우선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보여줬다. 김대통령은 “유가인상, 반도체가격 하락, 미국 증시사태 등 외부요인도 있으나, 내부적으로 4대 개혁을 철저히 못하고 개혁피로증에 걸려 있는 것이 시장의 신뢰를 상실하게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경제가 위기국면에 있음을 시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김대통령은 신뢰 상실의 증거로 국내주식이 30% 이상 저평가돼 있다는 외국투자기관들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그동안 거시지표의 호전을 근거로 위기론을 반박하던 경제관료들의 논리와는 거리가 있었다. 김대통령이 매월 12대 개혁과제를 직접 점검하겠다고 한 데서도 위기의식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패배주의’는 경계해야 한다는 점 또한 분명히 했다. 김대통령은 “오늘 보고한 과제들을 국민과 외국투자자들에게 소상히 알려 개혁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실현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대내외에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찬 중에는 이 밖에 공기업 구조개혁과 민영화문제 노사문제 금융대출사고 등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들이 오갔다.
전윤철(田允喆)기획예산처장관은 “노조나 전문가들 중에는 민영화는 좋으나 주식시장이 약할 때 팔면 제 값을 못 받는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고 보고했다. 이에 김대통령은 “경영인과 계약제로 하더라도 경영계획서를 내게 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우자동차 한보철강의 매각계약 파기에 대한 책임규명을 지시한 것도 ‘책임론’을 토대로 보다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혀졌다.
김대통령은 노사관계에 대해서도 “기업은 경쟁에서 이겨야 하며 이기면 근로자들에게도 공정하게 분배가 이뤄지도록 해야 하지만 기업의 소득이 올라가지 않는데 분배만 높아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