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순 서울방문]'공동보도문' 7개항 어떤 내용?

입력 2000-09-14 18:40수정 2009-09-22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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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가 급류를 타고 있다. 김용순(金容淳)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와 임동원(林東源)대통령특보는 14일 남북간 교류협력과 긴장완화를 크게 앞당길 수 있는 7개항에 합의했다.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여러 갈래에서 논의되던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들이 마침내 하나의 구체적인 ‘이행계획서’ 형태로 매듭지어진 것이다. 7개항을 항목별로 정리해 본다.》

▼이산가족 연내 생사 확인▼

남북이 이산가족들의 생사와 주소 확인작업을 9월중에 시작해 가능한 한 올해 안으로 마무리짓기로 함으로써 분단의 아픔을 상징해 온 이산가족문제에 근본적인 해결의 길이 열리게 됐다. 정부 당국자가 공동보도문 발표후 “(이산가족 합의가)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라고 말한 것도 이런 의미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이는 정부와 대한적십자사가 구상했던 생사확인→서신교환→상봉→재결합의 이산가족 해결구도가 실천적 단계에 진입한 것을 의미한다. 특히 남북이 이산가족 해결 2단계인 서신교환까지 합의함으로써 불특정 소수가 아닌 이산가족들 전체의 아픔을 달래줄 수 있게 됐다.

남북은 그동안 8·15 이산가족 교환방문을 실시했고 연내에 두 차례 더 이산가족 교환방문을 갖기로 합의한 것도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지만 이는 일회성 행사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이산가족문제 해법은 방문단의 추가 교환과 상봉면회소 설치문제를 생사확인 및 서신교환과 함께 추진하는 것”이라며 “국군포로와 납북자 가족들도 이산가족찾기 신청을 한 만큼 이들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현재 이산가족찾기 신청을 한 사람은 남측만 11만여명. 정부는 이 가운데 사망자와 중복신청자를 제외하면 9만2000여명이 생사확인 대상자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8·15 이산가족 상봉과정을 통해 이미 생사를 확인한 사람들은 우선적인 서신교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국방장관회담 개최▼

남북이 국방장관급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은 그 자체로써 의미가 크다. 분단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남북의 군 수뇌가 대좌한다는 것 자체가 남북 간에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의 과정이 시작됐음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회담 의제는 다음의 문제다.

정부는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비롯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측과 국방장관급회담의 개최 장소와 시간 등을 협의 중이다. 남측은 회담 장소를 놓고 북측과 의견이 맞지 않자 판문점을 제의했지만 북측은 판문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첫 회담은 제3국에서 하기로 했다. 그러나 2차 회담은 한반도의 남쪽 또는 북쪽에서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남북은 공동보도문에 “쌍방은 남측 국방부장관과 북측 인민무력부장간의 회담을 개최하는 문제가 현재 논의 중에 있는데 대해서 환영하였다”라는 애매한 표현을 썼다. 이에 대해 남측 당국자는 “당비서인 김용순(金容淳)특사가 군부의 문제를 일방적으로 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민무력부는 표면적으로 북한군의 군정과 군령을 통할하는 기관. 그러나 실제로는 국방위원회가 군의 최고기관으로 인민무력부는 그 아래에 있다. 현재 인민무력부장은 국방위 부위원장인 김일철(金鎰喆)차수가 맡고 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김영남위원장 왜 오나▼

북한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의 연중 서울 방문은 내년 봄으로 예정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답방 때까지 남북한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계속 고조시켜 나간다는 의미가 있다.

남북관계가 ‘남북정상회담(6월)→김용순(金容淳)노동당비서 방문(9월)→김영남위원장 방문(연말경?)→김정일국방위원장 답방(2001년 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 휴지기(休止期) 없이 꾸준한 ‘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

김정일국방위원장은 지난달 남측 언론사 사장단 방북 때 “내가 서울을 방문하기 전에 먼저 한 두차례 사람을 보내겠다”고 말했는데 김영남위원장은 김용순비서에 이은 ‘두번째 사람’이 되는 셈이다. 북측은 또 최근 김영남위원장의 방미 취소사건 때문에 유엔 새천년 정상회의에서의 남북회동이 무산된 점도 고려한 것같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서울 외교가에서는 헌법상 ‘국가원수’인 김영남위원장이 서울에 온김에 10월 아시아 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비회원국인 북한의 ASEM 참석은 전 회원국의 합의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차관급 경제실무 접촉▼

남북이 25일 서울에서 경협의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차관급 경제실무접촉을 갖기로 합의함으로써 남북경협이 급진전하게 됐다.

그동안 남북경협은 북측이 가장 바라는 분야이면서도 더딘 걸음을 보여온 게 사실. 남측 투자자에게는 ‘안전장치’가 전혀 없어 투자를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 실무접촉을 통해 투자보장, 분쟁해결, 이중과세방지, 청산계정 등 4개 분야의 남북합의가 이뤄지면 이런 문제는 거의 해결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차관급 경제실무접촉은 경협의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해 경협의 미래를 결정짓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계 일각에서는 북측이 자본주의와의 ‘접촉 면적’이 급격히 늘게 되는 협상을 서두르겠느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이런 시각을 ‘기우(杞憂)’라고 단언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이 빠른 시일 내에 타결키로 합의한 사실에 주목해 달라”며 “연말보다 더 빠른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만일 협상에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보다 시급한 투자보장과 분쟁해결 분야의 합의를 먼저 하고, 이중과세나 청산계정 등은 다음 단계로 조금 미루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경의선 이달중 기공식▼

남북은 이미 경의선 기공식을 이달중에 개최키로 합의한 상태이다. 남측은 18일 개최한다고 공식발표했으며 북측은 김용순(金容淳)비서가 14일 판문점을 통해 귀환하면서 “공동기공식을 한다”고 말해 같은날 착공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기공식에는 남측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북측에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각각 남북지역에서 열리는 기공식에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

경의선이 복원되면 남북경협의 속도와 폭은 그만큼 더 빠르고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의선 미연결 구간은 총 20㎞로 남측 지역이 문산―장단간으로 12㎞, 북측 지역이 장단―봉동간으로 8㎞이다. 남측은 경의선 기공식이 시작되자마자 지뢰제거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공사기간은 대략 1년. 공사비는 1500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기자>spear@donga.com

▼임진강 공동수방사업▼

남북이 합의한 임진강 공동수해방지사업은 6월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부터 이미 남북간에 공감대가 이뤄진 사업.

곡창지대가 몰려있는 경기 북부 및 황해도 지역 수해로 오랫동안 식량난을 경험해 온 북한이나, 매년 경기 북부지역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어온 남측 입장에서는 필요하면서도 손쉽게 합의할 수 있는 경협안이었다. 임진강 유역면적 8117㎢ 가운데 5108㎢가 북측 지역인데다 강의 총길이 254.6㎞ 중 92㎞만이 남측 지역을 흐르고 있어 상류인 북측지역의 수방대책 없이는 남측도 강 하류지역인 파주 동두천 등 일대의 홍수피해를 막을 수 없다.

정부는 일단 임진강 상하류 일대의 강우량과 수위기록 등을 교환하고 수자원 전문가로 현장조사팀을 구성해 수계별 둑의 폭과 높이 등을 측정한 뒤, 본격적인 수해방지사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北 경제시찰단 10월 방문▼

북측 경제시찰단의 남측 방문은 당초 9월로 예정됐으나 10월로 넘겨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9월에 행사가 너무 많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측이 경제시찰단을 보내는 것은 경제관료와 전문가들이 남한의 경제발전상을 직접 피부로 느끼는 게 중요하다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들도 이를 적극 환영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북의 당일꾼이나 경제전문가들이 남쪽 경제현실을 보다 많이 알고 배우게 되면 경협의 원활한 추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시찰단은 92년 7월 김달현(金達玄)당시 정무원부총리 겸 대외경제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비슷한 모양새를 띨 것 같다. 당시 김부총리일행은 7일간 울산 현대중공업과 ㈜유공,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기흥 삼성반도체 등을 둘러봤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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