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된 선풍기… 연탄화덕… 최규하前대통령 살림 검소

  • 입력 2000년 9월 5일 23시 24분


서영훈(徐英勳)민주당대표가 5일 서울 서교동 자택으로 최규하(崔圭夏)전대통령을 예방했을 때 수행한 민주당 당직자들은 최전대통령의 알뜰한 살림살이에 깜짝 놀랐다.

대통령 시절부터 입고 있던 낯설지 않은 옅은 하늘색 재킷에 고동색 바지, 흰 고무신 차림의 최전대통령과 서대표는 이날 우선 골동품처럼 보이는 응접실 선풍기를 화제로 올렸다.

그 선풍기는 최전대통령이 일본 총영사 시절 구입했던 것으로, “아마도 내 딸 나이보다 많은 45년쯤은 됐을 것”이라고 최전대통령은 설명했다. 응접실에는 낡고 조그만 에어컨도 있었지만 사용되지 않고 있었다. 서교동 비서진에 따르면 올해 82세인 최전대통령은 자신이 신던 구두나 고무신이 해질 경우에도 버리지 않고, 고무타이어 조각이나 접착제 바늘 실 등을 이용해 직접 수선해서 사용한다고 한다.

서교동 자택의 지하실 한쪽에는 아직도 연탄화덕이 놓여 있는데, 빨래를 삶거나 물을 끓일 때 이용된다. 최전대통령은 총리시절이던 70년대 말 강원도 탄광촌의 막장을 시찰한 뒤 광부들의 열악한 근무여건을 목격하고, “나라도 계속 연탄을 사용하겠다”고 결심했다는 것. 최전대통령은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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