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 표정]'朴장관 잠행' 南측관계자도 몰라

  • 입력 2000년 9월 1일 18시 43분


난항을 거듭하던 제2차 남북장관급회담은 1일 남측수석대표인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이 함경북도에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만난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박장관은 공동보도문 발표에 앞서 “양측이 상호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해결한다면 못할 것이 없을 것”이라고 이번 회담을 평가.

전금진(全今鎭)북측단장은 “사실 여담인데 저희측에서 대폭적인 양보를 많이 해 박수석대표에게 커다란 선물을 안겼다”고 자찬.

박장관은 “2차 회담 과정에서 왕고집쟁이라는 말도 들었다”면서 “공동선언을 잘 이행하자는 취지였다”며 이해를 요청. 이에 전단장은 “남북이 체제가 다르고 대결 후유증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고집이 있다는 게 정상”이라고 화답.

○…박장관과 김위원장간 면담의 핵심 내용은 군사적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 문제. 남측이 당초부터 이 문제를 공동보도문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완강한 입장을 견지해 결국 김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됐다는 후문. 따라서 공동보도문은 김위원장이 직접 손을 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

○…남북대표단은 박장관의 김위원장 면담 사실을 굳게 함구하다가 북한 관영매체들이 이를 보도한 오전 11시30분에야 공개. 박장관은 31일 밤 10시50분 서훈(徐勳)청와대국장만을 대동한 채 은밀히 고려호텔을 출발해 평양역으로 이동.

남측 회담관계자 대부분도 박장관의 잠행사실을 북한방송이 나온 뒤에야 알았다는 후문.

○…박장관은 평양역 도착 후 곧바로 기차에 올라 7시간여에 걸쳐 김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함경북도 동해안에 도착,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김위원장과 면담.

북측 관계자는 “기상이 좋았다면 박장관이 비행기로 이동했겠지만 태풍으로 사정이 여의치 않아 열차편을 이용했다”고 언급. 열차 이동 중에는 김위원장과의 면담에 동석했던 김용순(金容淳)노동당비서가 왕복시 모두 동행하며 면담내용에 대한 양측 입장을 사전조율.

○…남북은 공동보도문 협의과정에서 긴장완화 문제 외에 3차 회담 장소를 두고 이견을 절충하느라 실랑이. 회담 관계자는 “관례에 따라 남측으로선 당연히 서울이 될 것으로 생각했으나 북측이 느닷없이 제3의 장소를 고집하는 바람에 막판에 애먹었다”고 설명.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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