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결산]아쉬움 남는 3박4일

  • 입력 2000년 8월 18일 18시 38분


북측 방문단의 일원으로 서울에 왔던 양한상씨(69)가 체류 일정 마지막날인 18일 새벽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모친 김애란씨(87)를 극적으로 상봉한 것은 남북 이산가족상봉사에서 의미 있는 작은 진전으로 볼 수 있다.

양씨는 남북이 당초 합의했던 상봉 장소를 벗어나 가족을 만난 사실상 최초의 인사. 양씨에 앞서 15일 밤 북측 방문단의 박상원씨(65)와 여운봉씨(66)가 구급차 내에서 병든 노모를 만났지만 장소는 북측 방문단의 숙소인 워커힐호텔 내였다.

이 때문에 언론사 사장단이 최근 북한을 방문했을 때 “내년이면 집에도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양씨의 모자 상봉을 위해 17일 밤 이뤄진 남북의 긴급 접촉은 이산가족의 동숙과 가정방문, 성묘를 불허한 남북간 합의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양씨는 어머니가 살고 있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자택 방문을 간청했지만, 남북 당국은 이를 뿌리치고 서교동에서 불과 2㎞ 떨어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상봉장소로 지정했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점과 개선방향

현 안8·15 교환방문개 선 방 향
상봉 가족 확대5명이내원하는 가족 모두
상봉 인원남북 100명씩대폭 확대
상봉 장소호텔 등 지정된 장소 국한가족, 친지들의 가정 방문 허용
성묘 및 고향 방문서울 평양으로 상봉지 제한지방을 포함한 고향 방문 허용
면회소 설치원칙만 합의남북중간지점에 복수의 면회소 설치
서신왕래 및 생사확인향후 논의자유 허용

85년 1차 이산가족 상봉에 비해 이번 상봉이 이산가족을 더 배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은 사실이다. 85년 상봉 때는 남북 각각 50명의 가족이 서울과 평양을 교환 방문했지만 정작 가족을 만난 사람은 남측 35명, 북측 30명에 불과했다.

또 1시간 반에 걸쳐 두 차례 이뤄진 85년 만남에 비해 이번에는 단체상봉 1회, 개별상봉 2회, 공동식사 2회, 작별상봉 등 총 6회에 걸쳐 11시간 동안 만남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산가족의 가정 및 고향방문, 성묘까지도 이뤄졌어야 하며, 설사 이번에는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어려웠다고 해도 다음 상봉 때는 반드시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산가족의 가정 및 고향방문은 사실 남북간의 합의만 있으면 된다. 정부는 오래 전부터 이산가족의 가정 및 고향방문을 북측에 요구해 왔지만 북한은 한사코 상봉장소를 평양으로 제한해 왔다.

북측이 상봉장소를 제한해온 이유는 남한의 자본주의 즉, ‘남풍(南風)’을 막겠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군 단위 이하 지역 주민들의 어려운 생활상을 드러내기를 꺼리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경남(李敬南) 이산가족상봉추진회 회장은 18일 “평양에서 북측 고위인사를 만난 미국 친구로부터 ‘남조선 사람들은 북한이 가난하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 실상을 너무 모른다. 군단위로 가면 여관다운 여관도 없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당분간 이산가족 고향방문은 평양이나 해주 남포 함흥 등 대도시 위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상봉이 평양지역 가정방문→대도시 고향방문→소도시 및 군 단위 방문’ 등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

남측 정부의 이산가족 정책도 고향방문 보다는 대규모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면회소 설치에 주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이산가족들이 정례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길을 트고 분위기가 무르익은 뒤 상호 고향방문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박기륜(朴基崙)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면회소를 여러 군데 설치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추석에 고향방문이 성사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성급하다는 생각”이라며 “지금부터 준비해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이산가족 상봉 문제점과 개선 방향

현 안8·15 교환방문개 선 방 향
상봉 가족 확대5명이내원하는 가족 모두
상봉 인원남북 100명씩대폭 확대
상봉 장소호텔 등 지정된 장소 국한가족, 친지들의 가정 방문 허용
성묘 및 고향 방문서울 평양으로 상봉지 제한지방을 포함한 고향 방문 허용
면회소 설치원칙만 합의남북중간지점에 복수의 면회소 설치
서신왕래 및 생사확인향후 논의자유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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