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남측 방문단 헤어짐의 준비

  • 입력 2000년 8월 17일 15시 05분


0...17일의 개별상봉은 남북이 갈라져 있음을 실감케 했다.

또다른 준비를 준비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냉정했다. 가족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은 이별의 아픔보다 컸다.

기자들 앞에서는 더 더욱 정치적인 발언들이 많았다.

반세기만에 만나 3일만에 또다시 헤어질 시간을 생각해야 하는 기약없는 이별의순간, 흐느낄 겨를없이 남북의 두 가족은 서로를 위해 `정치선전'을 연출하는 비극적인 장면을 보여줬다. 눈물도 말랐을지 모를 일이다.

`건강해라, 건강해라' 하는 평범한 말이 있지만 차라리 상봉 때마다 거듭되는이 말에 모든 이산가족들은 혈육의 정과 염원을 담아보냈다.

0...이선행(81.서울 중랑구 망우동)씨는 북한 중앙텔레비전 기자가 취재를 위해방에 들어오자 아들 진일(59.황북 사리원시), 진성(53.함북 청진시)씨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아버지 없이 자식을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준 것은 주석님이다. 주석님 만세를부르고 싶은 심정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금 지도자이지만 너희들을 키운 것은 주석님이다. 나는 나대로 남에서 조국에 충성하고 너는 북에서 조국에 충성해라."

0...이몽섭(75.경기 안산시 초지동)씨의 딸 도순(55)씨는 "위대한 장군님께서준비해 주신 선물입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아버지 어디서 사는지 걱정 많이 했다. 장군님의 크나큰 사랑으로 살아왔다. 아버지는 남에 있어서 걱정 많이 했다. 아버님이 장군님 품으로 돌아왔으면좋겠다. 아버지가 잘못을 했다 해도 지나간 과오를 묻지 않겠다."

도순씨는 "조국의 통일을 위해서 힘있는 자는 힘으로, 돈있는 자는 돈으로, 학식있는 자는 학식으로 기여를 해야 한다"는 민족대단결 10대강령의 지침을 되뇌었다.

아무 말 없이 선물을 준 딸은 "소원이라면 조국통일 하는 것"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부인 김숙자(78)씨는 내내 가만 있었고 몽섭씨는 "이제 그만하자. 인식한다"고말했다.

0...최성록(79.대구 서구 비산동)씨는 딸 영자(53)씨가 "50년만에 만난 것은 모두 장군님의 덕분이다. 통일되는 그날 위해서 열심히 살자"라고 하자 "나는 남쪽이니까 김대중 대통령께 감사 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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