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평양스케치]선글라스에 캐주얼 '개방 바람'

  • 입력 2000년 8월 16일 19시 36분


서울에 온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 151명은 전에 없이 활기찬 표정과 깔끔한 복장을 선보여 북한의 개방화 바람을 실감케 했다.

가장 큰 변화는 검은 치마에 흰색 저고리의 ‘조선복’이 사라졌다는 점. TV에 소개된 평양거리에서 흔히 보이던, 저고리 길이가 다소 긴 대신 치마가 발목 위까지 올라간 개량한복인 ‘조선복’을 입은 여성은 한사람도 없었다.

15일과 16일 숙소인 워커힐호텔에서 마주친 남성들도 한결같이 회색 또는 감색 양복 차림. 간간이 북한에서 오랫동안 유행한 렌즈가 큰 색안경으로 멋을 부리기도 했다. 그러나 남한에서 유행하는 색깔 있는 와이셔츠를 입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대머리가 거의 없다는 것도 눈에 띄는 특징.

김포공항에서 도착성명을 발표한 유미영(柳美英)단장은 단정한 연하늘색 투피스와 흰 스타킹, 흰 구두로 부속코디를 해 은은한 세련미를 보여줬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16일 개별상봉과 관광길에 나선 방문단은 상당수가 다양한 색상의 캐주얼 복장을 선보이기까지 했다.

인덕대 디자인과 신효정교수(의상심리학 전공)는 “다소 맞춰 입은 듯한 인상이 없지 않았지만 색상이나 디자인이 모두 훌륭했다”고 평했다.

반면 평양 고려호텔에서 남한의 가족을 맞은 ‘보통 북한인’들은 오래된 한복을 입은 평범한 스타일이었다.

또 남한을 찾은 북측 인사나 평양 여성들은 한결같이 브로치, 머리핀 같은 액세서리나 핸드백을 거의 착용하지 않은 점도 눈에 띄었다.

한편 방문단원 대부분이 성인이 되어 월북한 남한출신인 탓인지 남북한 간 언어의 차이는 별로 두드러지지 않았다. 16일 워커힐에서 가족을 만난 오영재씨(64)는 북한 사투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완벽한 서울말’을 구사했다. 오씨의 고향은 전남 장성. 고향이 경북 안동인 권기준씨도 경상도 말씨를 쓰는 가족을 만난 탓인지 경상도 억양이 분명했다.

그러나 한 방문자는 “숙모가 제일 ‘스타’가 된 것 같다”는 남쪽 조카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다가 “인민배우가 된 것 같다”고 적십자사 자원봉사자가 부연설명을 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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