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상봉 후 방문단과 북의 가족 친척은 호텔 식당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계속 이야기꽃을 피웠다.
호텔측은 이날 72회 생신을 맞은 이동선씨를 위해 오찬장에 특별 생일케이크를 준비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했다.
○…건강 때문에 방북을 포기한 민정숙씨는 남편 이재경씨(80) 편에 북에 두고 온 막내딸 경애씨(52) 앞으로 편지를 보냈다.
“보고싶은 경애야, 여섯살 때 화장실까지 따라오던 네 모습이 눈에 선한데 데려오지 못한 그 긴 세월이 원망스럽다. 경애야 용서해다오. 속죄의 마음으로 늘 부처님께 네 행복을 기도하며 살았다. 결혼은 했니.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한지, 너무 궁금하다. 수십년동안 한번도 잊은 적 없는 내딸 경애야 정말 보고싶다.”
이씨는 처음 보는 사위에게 선물로 준비해 간 시계를 직접 채워주며 결혼식 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던 한을 풀었다.
○…채성신씨(73)는 북의 여동생 정열씨(62)에게 함께 오지 못한 남측 가족의 육성을 들려줬다. 가족의 목소리를 녹음해 와 ‘육성 상봉’이나마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정열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꿈에도 그리던 작은 오빠의 이야기를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녹음기에 귀를 기울였다.
최경길씨(79)는 북의 아들 의관씨(55)에게 손자 손녀의 이름과 나이 등을 물어 수첩에 일일이 적는 등 잃었던 ‘가족사’를 찾는데 여념이 없었다.
○…강성덕씨(72)는 북의 언니 순덕씨(75)에게 준비해온 금목걸이 금반지 시계 밍크목도리 등 언니에게 줄 선물과 언니의 사위들에게 나눠줄 와이셔츠 넥타이 속옷 등을 여행가방째로 전달했다.
강씨는 또 “어머니가 1·4후퇴 당시 9남매중 유일하게 언니 혼자만 평양에 남겨놓고 내려온 것 때문에 평생 죄책감에 시달렸고, 돌아가실 때 반드시 언니에게 이것을 전해주라고 했다”고 울먹이며 어머니 유품인 ‘등걸이 털옷’을 전했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