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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8월 9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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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남북 이산가족 방문단의 북측 상봉대상자 중 유일한 생존 부모이자 109세 최고령자로 알려졌던 구인현할머니가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을 전해듣는 순간 그동안 애타게 상봉의 날을 기다리고 있던 아들 장이윤(張二允·71·부산 중구 영주1동)씨는 혼절하고 말았다.
대한적십자사는 9일 낮 12시25분경 장씨의 집에 직원을 보내 하루전 북측으로부터 통보받은 ‘구인현할머니는 확인결과 이미 사망했음’이라는 비보를 전했다. 장씨는 이 비보에 통곡하다 실신, 대기하고 있던 119구급차에 실려 인근 성분도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30여분만에 정신을 차린 장씨는 병원 침상에 누워 “오마니 죄송합네다” “못난 아들 용서하십시오”라고 계속 흐느꼈고 병원측은 장씨에게 신경안정제 주사를 놓아 다시 잠이 들도록 했다.
1시간 뒤 다시 깨어난 장씨는 여전히 이 비보가 믿어지지 않는 듯 “뭔가 북한에서 착오가 있는 게 아니냐. 내가 가서 눈으로 어머님의 묘소를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못믿어”라며 오열했다.
장씨 가족들은 장씨가 어머니가 살아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7일부터 다니던 회사에도 나가지 않은 채 매일 소주를 마시며 어머니에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노심초사해 왔다고 전했다.
“어젯밤 어머니가 환하게 웃는 꿈을 꾸고 나서 마음이 뒤숭숭했다”는 장씨는 “적십자사 직원 2명이 침울한 얼굴로 집에 들어서는 순간 어머님께 안좋은 소식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맥이 ‘탁’ 풀렸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경 퇴원한 그는 힘없는 걸음으로 혼자 기거하는 2평 크기의 다세대주택 3층 단칸방으로 돌아간 후 “어머님께 드리려고 준비한 한복과 선물을 북한에 가지고 가서 제사라도 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측은 8일 적십자 판문점 연락관 접촉때 방문단 명단을 교환한후 장씨의 모친 구인현씨가 이미 죽은 것으로 확인됐음을 우리측에 통보했다.
홍양호 통일부 인도지원국장은 “북측 연락관은 좋은 일하다 생긴 일인만큼 서로 이해하자고 언급했다”며 “북측이 구씨의 구체적인 사망 시기와 원인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적십자사 관계자는 “구할머니가 최근에 숨진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장씨의 모친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선정기준상 101번 순위인 우원형씨가 방문단에 포함돼야 하나 장씨의 딱한 사정을 들은 우씨가 양보, 장씨는 평양에서 조카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부산〓석동빈기자>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