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은것 없는 SOFA협상]환경조항 신설등 일부원칙만 합의

  • 입력 2000년 8월 3일 19시 05분


《4년 만에 재개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협상은 당초 예상대로 논의만 무성했을 뿐 구체적 결론은 하나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문제가 되는 모든 SOFA 조항을 짚었으나, 소득은 ‘SOFA를 조속히 개정한다’는 원칙적 합의뿐이었다. 오히려 정부가 미군피의자의 신병 인도 시기를 현행 ‘확정판결 이후’에서 ‘기소시점’으로 옮기는 대신 미국측이 요구해온 ‘피의자의 법적 권리를 보장한다’는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다음 협상에서 구체적 조건을 둘러싼 기술적 어려움만 가중됐다.》

미국측은 협상 초안에서 신병 인도 시기를 옮겨주는 대신 법적 권리 보장장치로 △징역 3년 미만 범죄의 재판관할권 포기 △주한미군사령관의 신병 인도 요구권과 SOFA 효력 정지권등의 한국 사법체계를 송두리째 흔드는 요구를 했기 때문.

이 때문에 신병 인도 시기를 옮기기 위한 양측 협상에서 과연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로서는 ‘SOFA의 불평등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을 다음 협상으로 미뤄놓았을 뿐 이번 협상에서 전혀 해소하지 못한 셈이 됐다.

최근 주한미군의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 이후 관심이 집중됐던 환경조항 신설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측은 “계속 논의하자”는 입장만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 긍정적인 측면은 정부가 “형사재판권 문제만 우선적으로 논의하자”는 미국측 입장을 번복시키고 협상 전체를 사안별 협상인 아닌 포괄적 협상으로 이끌어낸 점을 들 수 있다.

정부는 △환경 △시설과 구역의 공여 및 반환 △동식물 검역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근로조건 △주한미군 비세출자금기관에 대한 한국인의 출입 제한 △민사소송절차 및 SOFA 대상자의 범위 문제 등을 협상테이블로 끌어 올렸다.

그러나 미국측은 “형사재판권 이외의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열릴 다음 협상에서 구체적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해 ‘준비와 성의 부족’을 드러냈다.

한편 양측이 대물 교통사고의 경우 형사입건하지 않는 방안과 그에 따른 민사소송절차 조항의 신설 방안을 논의한 것은 주한미군 범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교통사고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소한 교통사고에 대해 형사재판권을 행사하는 부담을 덜면서도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98년 미군 범죄 518건 중 도로교통법위반이 267건으로 53.3%,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이 113건으로 21.8%를 차지하는 등 대부분이 교통사범이었다.

▼SOFA 개정협상 한미 공동발표문 요지▼

△양측은 양국 안보동맹의 중요성과 그러한 안보동맹을 유지함에 있어서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역할을 확인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SOFA를 개정하기로 합의하였다. 양측은 SOFA 개정이 장기적으로 한미동맹관계를 증진시키는 데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며 SOFA 개정에 있어서 양측의 관심사가 적의 고려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 견해를 같이 했다.

△양측은 기소시 신병인도 및 이와 관련된 피의자의 법적 권리 보호문제, 형사재판권 관련 여타문제, 환경, 시설과 구역의 공여 및 반환, 동식물 검역, 주한미군 한국인근로자의 근로조건, 주한미군 비세출자금기관에 대한 한국인의 출입제한, 민사소송절차 및 SOFA 대상자의 범위 문제 등 SOFA와 관련된 문제들을 논의했다.

△양측은 피의자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면서 기소시 신병을 인도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측은 SOFA상 환경보호 관련규정을 제안했으며 양측은 다음 협상에서 이 문제를 충분히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양측은 금번 협상에서 논의된 여타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도 계속 심도 있게 논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양측 대표단은 민사소송절차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 및 대물 교통사고의 경우 형사입건하지 않는 방안에 대해 검토했다.

△다음 협상은 향후 2개월 내에 조속한 일자에 미국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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