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파행]한나라당 "안된다면 안돼" 다시 강경

  • 입력 2000년 8월 1일 18시 39분


6일간의 휴가일정을 하루 줄여 1일 당무에 복귀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총재단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대여(對與)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이총재는 총재단회의에서 “당과 나의 행동원칙은 단 하나다.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어떤 정파와도 당리당략에 따라 야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총재는 이어 구체적인 쟁점 현안을 열거하며 “날치기는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교섭단체(요건 완화) 문제도 총선 민의에 어긋나는 만큼 지금도 용인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최근 들어 ‘큰 정치’를 표방하며 유연한 모습을 보이던 이총재가 불과 며칠만에 이렇게 경직된 자세로 돌아선 까닭은 ‘그렇게 해봐야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를 두루 만나며 활동 반경을 넓히기는 했지만, 결과는 3김 정치 부활 조짐과 밀약설 파문이었던 것.

이 때문에 이총재는 지난달 31일 비서관을 통한 김명예총재의 전화조차 ‘휴가중’임을 이유로 받지 않았다. 주진우(朱鎭旴)총재비서실장은 “이총재가 휴가기간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바로 3김과 한 묶음으로 비쳐지는 것이었다. 이총재가 강경자세를 보이는 것은 본래의 야성(野性) 회복차원이다”고 설명했다.

대여 강경대응에는 다른 당직자들의 생각도 같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싸울 때는 철저히 싸워야 하는 야당성을 회복해야 한다”“자민련이란 단체는 권력에 기대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자민련에 기대서 정치를 하면 안된다. 자민련은 사기집단이다”는 등의 말이 쏟아졌다.

이런 분위기를 몰아 한나라당은 이날 온종일 국회운영위와 예결위 등 주요 상임위를 점거하고 민주당과 자민련만의 의사진행을 막았다.

그러나 이런 식의 여야 강경대치가 언제까지 계속될 지는 불분명하다. 여야 모두 대치정국에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는 데다 이달 중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주요 행사가 예정돼 있어 곧 적절한 선에서 여야 간에 극적인 타협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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