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北대표단 환담]"민족단합"에 "옳으신 말씀"

  • 입력 2000년 7월 31일 19시 2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31일 남북장관급회담에 참석한 양측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했다. 남북회담에 참가했던 북측 대표단의 청와대 공식방문은 이번이 다섯번째.

김대통령은 30여분간의 접견에서 주로 북측의 전금진(全今鎭)대표단장과 대화를 나눴다. 전단장은 시종 ‘두 분 지도자’ ‘두 분 수뇌부’라는 표현을 써가며 김대통령에게 최상의 경의를 표했고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박준영(朴晙瑩)공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양측 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 50분경 청와대 본관에 도착해 황원탁(黃源卓)외교안보수석비서관의 영접을 받았다. 북측 대표단 5명과 일행 2명은 곧 접견실로 자리를 옮겼으며 잠시 후 접견실로 들어온 김대통령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전단장과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 등 양측 대표단장은 김대통령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김대통령은 먼저 전단장에게 “김정일위원장도 안녕하시냐”고 묻고 “평양에서 환대해주신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김대통령은 또 “두 대표께서 남북정상회담의 공동선언 정신을 살려 후속조치를 취해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며 치하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55년 동안 쌓인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시작이 반이다. 우리가 한 민족이고 공동운명체라는 의식을 갖고 비정상적인 민족의 상황을 개선하도록 앞으로도 노력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대통령은 “19세기말에 조상들이 개혁과 근대화를 거부해 우리 민족이 불행을 겪었다”며 “민족이 단합해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 경쟁력을 확보, 조상과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전단장은 “옳으신 말씀이다”고 공감했다.

김대통령은 또 “남을 적화통일해서도 안되고 북을 흡수통일해서도 안된다”며 “하나하나 실천해가면서 21세기에 평화적 통일을 이루고 한 민족으로서 웃고 잘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단장은 “대통령께서 평양에 오셔서 상봉과 회담을 하신 것은 민족의 중대한 사변”이라며 ‘6·15 공동선언’에 대해 “민족사에 남을 민족진로를 밝힌 큰 문헌”이라고 평가했다. 전단장은 “이번 서울방문에서 인민들의 감정이 달라지고 통일 열기가 높아지는 등 중대한 변화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전단장은 특히 “평양회담에서도 잘해달라”는 김대통령의 당부에 “앞으로 합의사항을 착실하게 이행하도록 노력하고 (박재규장관과) 우리 둘이 손잡고 일하자고 한 약속을 꼭 지키겠다”며 “이런 일을 (김정일)장군님께 책임적으로 전달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단장은 “대통령님의 말씀처럼 과거와 같이 욕심내지 않고 가능한 것부터 착실하게 논의하고 민족에게 실망이 아니라 희망을 주는 대화를 한 결과 예상보다 과할 정도로 많은 합의를 이뤄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접견 말미에 전단장은 “대통령 내외분께 전할 말씀이 있는데 선물하신 진돗개가 무럭무럭 잘 크고 있고 북한주민들이 애지중지하고 있다”며 “김정일장군께서 선물하신 풍산개에게 ‘우리’ ‘두리’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다는데 그 자체가 민족의 단합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인사했다.

접견을 마치고 돌아가던 북측 대표단 일행은 본관 앞에 있던 ‘우리’ ‘두리’를 직접 만져보면서 “많이 컸다”며 반가워했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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