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회담]대표단 방문 이모저모

  • 입력 2000년 7월 30일 19시 03분


제1차 남북 장관급회담에 참석한 북측 대표단은 30일 회담장과 오찬장 등에서 시종 미소를 잃지 않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시원스럽게 답변해 남북간의 변화된 기류를 실감케 했다.

▼서울시장 만찬▼

○…북측대표단은 오후 7시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고건(高建)서울시장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 이 만찬에는 이용부 서울시의회의장, 강홍빈 제1행정부시장, 유인종 서울시교육감, 표재순 세종문화회관장 등 총 113명이 참석해 3시간 동안 문배주와 안동소주를 마시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고건시장은 “서울시와 평양시간의 교류를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서평주’를 마시자”며 건배를 제의했고, 전단장은 ‘평서주를 위하여’라며 화답.

이어 벌어진 축하공연에서는 세종 국악관현악단과 신효범 정태춘 박은옥 등 가수들이 출연. 특히 세종국악관현악단이 시작곡으로 ‘반갑습니다’를 국악으로 연주하자 남북측 대표들은 박수를 치거나 노래를 따라부르며 환호를 보냈다. 전금진단장은 “어제 공연에는 ‘휘파람’노래를 들었다”며 매우 흥겨워하는 모습.

○…북측 대표단의 젊은 386세대와 남한측 6·25세대간의 ‘통일 논쟁’도 벌어졌다. 테이블에 앉은 김순규(金順珪)문화관광부차관이 “나이든 우리가 길을 열어주면, 여러분이 잘 살아야한다”고 말하자 량태현 내각사무국과장, 이명철 수행원 등 북측의 젊은 세대들은 “선생님 세대에서 조국이 갈라졌는데, 갈라진 책임을 지지 않고 젊은 세대에게 부탁하는 것은 안된다”며 “젊은 세대들도 존경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노력해야 한다”고 맞섰다.

▼30일 오전 회담▼

○…30일 오전 10시부터 신라호텔 다이너스티 룸에서 시작된 회담에서 양측은 10여분간 공개된 환담을 통해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강조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

특히 북측 전금진단장이 “지난밤 용꿈을 꿨다”고 말하자 박재규(朴在圭)수석대표는 “단장께서 용꿈을 꾸셨다니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잘해 보자”고 화답. 두 사람은 또 회담장에 나란히 입장, 사진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다 기자들이 “한 차례 더 악수를 해달라”고 부탁하자 전단장이 “배우적으로 해야 합니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 박수석대표는 이에 “합작영화사를 하나 만들어 둘이서 주연을 하자”고 조크를 던졌고 전단장은 “예, 만들죠”라고 대답.

▼오찬▼

○…양측 대표단은 회담이 끝난 뒤 강남구 신사동 삼원가든에서 점심 식사. 양측 대표단은 생갈비 120인분, 백세주 20여병 등을 들며 서로에게 술을 따라 주고 건배를 제의하는 등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냉면으로 식사를 마친 북측 대표들은 “냉면 맛은 평양보다 아무래도 못한 것 같다”고 서울의 ‘평양냉면’을 품평.

삼원가든은 미국 LPGA에서 활약 중인 프로 골퍼 박지은 선수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업소로 업소측은 전단장에게 박선수의 사진이 실린 그림엽서를 선물. 전단장은 이에 대해 “박선수의 활약이 대단하다”고 인사.

▼민속박물관 방문▼

○…전단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은 오후 2시부터 약 1시간동안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 민속박물관을 방문. 북측 대표단은 고구려 안악 제3호 고분, 개성 만월대 등 북한의 유적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 북측 수행원인 김광용 내각 책임부원은 “신라가 외세인 당나라를 끌어들여 통일한 것은 잘못이며 고구려가 통일을 했다면 랴오둥반도의 동북3성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며 남북간의 역사인식을 좁히기 위한 남북 학술교류를 제의. ○…29일 일절 바깥출입을 하지 않던 북측 기자들은 30일 오전 회담장과 남측 내신기자실 맞은편에 마련된 북측 기자실에 나와 본격적인 취재 활동을 전개. 이들은 남측 기자들과 자유롭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으나 가는 곳마다 국내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는 “기자가 기자를 취재하진 맙시다”라며 개별적인 인터뷰 요청을 사양.

▼29일 총리 만찬▼

○… 북측대표단 25명은 예정 시간보다 늦은 29일 낮 12시45분경 중국민항 CA123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 신라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북측 대표단은 곧바로 남측 대표단과 상견례를 겸한 환담을 나눴고 저녁에는 이한동(李漢東)총리가 베푼 만찬에 참석.

이 자리에서 전금진북측단장은 29일 저녁 이한동(李漢東)총리가 베푼 만찬에서 ‘앞으로 북측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비방하지 않도록 김정일위원장에게 전달해 달라’는 한나라당 목요상(睦堯相)의원의 요청에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 한나라당의 고위 관계자가 전언. 이 관계자는 또 “ 전단장은 또 “6·15공동선언이 민족 화해를 위한 역사적인 사변인 만큼 남북한이 그렇게 (비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

<윤영찬·공종식·전승훈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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