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 합의]野 국정조사 철회로 돌파구

  • 입력 2000년 7월 20일 18시 25분


국회가 20일 오후 여야 원내총무간의 극적인 합의를 통해 파행 엿새만에 정상화의 길을 찾았다. 한나라당이 4·13총선 ‘부정선거’ 시비를 다루기 위해 줄기차게 주장해 온 국정조사권 발동과 검찰총장 출석 요구를 철회하면서 여야가 3일 간의 ‘법사위―행자위 연석회의’ 개최로 절충점을 찾은 것. 그러나 총무협상이 타결된 뒤 각 당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민주당▼

협상타결 직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정균환(鄭均桓)원내총무는 “잘했어” “수고했어”라는 격려와 박수를 받으며 입장. 정총무는 “문안작성을 해놓고도 야당측이 지도부의 확인을 받으러 가는 등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고 협상과정을 소개.

의원들은 대체로 한나라당이 국정조사 등 처음부터 불가능한 주장을 편 데 대한 ‘사필귀정(事必歸正)’이 아니냐며 협상 결과에 만족감을 표시.

다만 천정배(千正培)부총무는 “야당의 부정선거, 편파수사 주장에 대해 연석회의라는 질의 공간을 만들어준 것도 우리가 크게 양보한 것”이라고 설명. 또 유용태(劉容泰)의원은 “연석회의에서 지난번 대정부질문처럼 야당의원들의 인신공격이 계속된다면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원내총무는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로부터 터져 나온 불만의 소리에 직면. 신영국(申榮國) 김문수(金文洙)의원 등은 “국민은 우리가 국조권을 포기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겠느냐” “검찰총장도 나오지 않는 전시성 연석회의는 해서 무엇하느냐”고 총무단을 질타.

이에 정총무는 발끈, “지금까지 협상에서 한나라당이 손해본 것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혈압이 오르는듯 한참 동안 뒷머리를 만지며 고통스러운 표정. 그는 특히 “설령 국조권이 발동되더라도 우리가 택한 증인만큼 우리도 여당측 증인을 채택해줘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해를 호소.

분위기가 격해지자 하순봉(河舜鳳)부총재는 “부정선거를 다시 이벤트화할 수 있게 된 만큼 검찰에 자극을 주는 계기로 삼자”고 진화에 나섰고, 이회창(李會昌)총재도 “미흡한 점이 있겠지만 총무단의 노력으로 합의를 이끌어낸 만큼 받아들이자”고 정리.

상당수 의원들은 합의안에 대해 원외 지구당위원장들의 불만과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현역의원들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평가.

▼자민련▼

협상타결 소식이 들려오자 자민련 의원들은 “또 낙동강 오리알이 된 거냐” “우리가 유랑극단 단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중 운영위원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기대했던 원내교섭단체 관련 국회법 개정안의 처리가 또다시 물 건너갔기 때문.

오장섭(吳長燮)총무는 특히 “이제 낚싯밥 역할은 그만둘 때가 됐다”며 “이번 임시국회가 끝나면 총무단이 전원 사퇴하는 등 중대한 결심을 할 것”이라고 분개.그는 특히 “누가 답답한지 두고 보자”며 민주당을 겨냥하는 한편 “국정조사 관철 의지도 없이 국회를 며칠씩이나 공전시켰단 말이냐”며 한나라당측도 힐난.

<전승훈·선대인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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