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얘긴 않기로 했는데…" 李총재 YS비난발언에 불쾌

  • 입력 2000년 7월 18일 18시 50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17일 부산지역 의원들에게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의 13일 오찬 대화 내용을 전하면서 이총재를 비난함에 따라 양측 사이가 다시 서먹해진 분위기다.

이총재는 18일 김전대통령의 발언사실을 보고 받고 당직자들에게 “그 얘기는 서로 안하기로 했으면서…”라고 못마땅해 했다. 오찬 당시 김전대통령과 이총재가 단둘이 만나 ‘남북관계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고 발표하기로 해놓고 뒤늦게 대화내용을 고스란히 털어놓은 데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이총재측은 특히 97년 대선 때 김대중(金大中)후보의 비자금 수사를 하지 않은 데 대해 항의했다가 오히려 김전대통령으로부터 핀잔성 훈계를 들었다는 등의 체면 구긴 일화가 낱낱이 공개돼 멋쩍은 표정이 역력하다.

이 때문에 당직자들은 이날 파문 진화에 분주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오찬 시간이 2시간 정도 됐는데 분위기가 나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고 이원창(李元昌)총재특보는 “두 분이 97년 대선 패배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을 뿐 실제 오찬 분위기는 좋았다”고 부연 했다.

반면 이총재와 가까운 영남권의 K의원은 “김전대통령이 자신의 ‘존재 확인’ 차원에서 이총재 앞에서 폼 한번 잡은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하지만 김전대통령의 대변인격인 박종웅(朴鍾雄)의원은 “김전대통령의 발언은 오찬회동 분위기가 이총재측이 전한 것과는 다르다는 점을 반증한 셈”이라고 다른 소리를 했다. 그는“나는 오찬대화 내용에 대해 한마디도 한 적이 없는데 이총재 주변에서 ‘오찬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는 등의 얘기를 흘렸다”며 오히려 이총재측에 불만을 나타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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