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김용환 골프회동…총선후 두번째, 앙금풀렸나?

  • 입력 2000년 7월 17일 18시 50분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와 한국신당 김용환(金龍煥)중앙집행위의장이 17일 경기 용인에서 골프회동을 가졌다. 지난해 내각제 파동을 겪으면서 남남으로 갈라선 이래 5월 김의장이 총선참패로 서울 신당동 자택에 칩거하던 JP를 방문한 후 두 번째 만남이다.

과거 둘도 없는 ‘동지’이자 ‘복심(腹心)’으로 불리던 두 사람의 이날 만남은 최근 국회법 개정을 통한 자민련의 독자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벽에 부닥치면서 ‘소(小)3당 연합’을 위한 물밑논의가 한창인 시점에서 이뤄져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카트를 함께 타고 18홀을 돌면서도 속 깊은 얘기는 애써 자제한 듯 하다. 다만 서로의 심중을 읽으면서 이심전심(以心傳心)의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두 사람 모두 재결합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고 결단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JP로선 국회법 개정에 실패할 경우 ‘차선의 대안’을 고려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김의장의 협력이 절실하다. 김의장 역시 홀로 한국신당을 끌어가는 데 힘이 부친다.

하지만 재결합에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 남아있다. JP가 김의장을 자민련에 합류시키기 위해선 당 총재 자리를 배려해야 하지만 당내 반발도 문제려니와 당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자민련 내에서는 “JP가 결국 민주당과 합당하고 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한 당직자는 “JP가 왜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국회법 개정에 매달리는지 의문”이라며 “JP는 또 다른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제헌절 기념식 불참, 김종호국회부의장도 함께 갔다는데…▼

‘제헌절 행사보다는 골프가 더 급하다.’

당 지도부가 당무보다는 골프 치는데 여념이 없어 ‘골프정당’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 온 자민련 지도부가 제헌절인 17일에도 다시 필드로 나갔다.

자민련 총재직무대행인 김종호(金宗鎬)국회부의장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제헌절 기념식을 제쳐두고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 및 김용환(金龍煥)한국신당 중앙집행위의장과 함께 골프회동을 가졌다.

제헌절 기념식에는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과 한나라당 출신 홍사덕(洪思德)부의장, 최종영(崔鍾泳)대법원장, 김용준(金容俊)헌법재판소장 등 3부 요인과 90을 바라보는 원장길(元長吉)대한민국제헌국회의원동지회장 등 정치원로들도 참석했다.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대신해 참석한 이부영(李富榮)부총재 등 여야 국회의원의 얼굴도 보였다. 김종호부의장 측은 “소3당 연합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국회부의장이 제헌절 기념식 대신 필드에서 클럽을 휘둘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

당 지도부가 이래서 그런지 이날 기념식장에는 17명의 자민련 의원 중 원철희(元喆喜) 안대륜(安大崙)의원의 모습만 보였다. 자민련의 한 인사조차 “골프정당이 골프에 목숨을 거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자조할 정도였다.

자민련은 요즘도 국회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를 위해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계속 조르고 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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