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원들의 방북소감]"꿈만 같았던 감격의 54시간"

  • 입력 2000년 6월 15일 23시 15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함께 2박3일 동안 평양을 다녀온 공식 비공식 수행원들은 한결같이 “역사적 장소에 직접 있었던 것이 가장 큰 감격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언행과 스타일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음은 수행원들의 방북 소감.

▽김운용 대한체육회장〓55년 만에 이뤄진 역사적 회담에 와서 한민족이 하나가 되고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길이 열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 김정일위원장은 생각했던 것과 달리 매우 명석하고 호탕했다. 나에게 “체육 분야에선 뭐가 제일 좋으냐”고 물어 “시드니올림픽에서 공동입장하는 것”이라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찬 민주당 정책위의장〓감격스럽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북측에 국회회담 재개 문제를 요청했다. 노동당 쪽에서 협의해 회답을 주기로 약속했다. 앞으로 의장단 선에서 서로 연락을 할 것이다.

▽이완구 자민련 의원〓충격 그 자체였다. 정상회담이라기보다는 가족끼리의 만남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았다. ‘원래 하나였던 것이 이제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이라는 서독 빌리 브란트 총리의 발언이 생각났다. 김대통령과 김위원장 간에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적 신뢰관계가 쌓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고은 시인〓한반도 현대사의 가장 위대한 사건현장에서 한 증인으로 존재했다는 감격을 억누를 길이 없다. 현대문화의 동질성 등을 회복해 나가기로 제안했고 8월15일 이후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박권상 방송협회장〓역사의 새 장이 열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분단의 현실을 상호 인식하는 바탕 위에서 분단의 고통을 더는 현실적 접근법이 마련됐다. 실천 가능한 합의가 나와서 퍽 고무된다.

▽박선숙 청와대 부대변인〓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이제 시작이란 느낌이다.

▽이봉조 청와대 통일비서관〓20년 동안 남북문제를 담당해왔는데 그 결실을 2박3일간 거둔 것 같아 지난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김위원장은 짐작한 대로 특수한 퍼스낼리티를 갖고 있었고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합리성, 리더십, 식견 등을 갖고 있었다.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과거 두 차례나 김위원장을 만났지만 이번에는 뭔가 잘 될 것 같은 예감을 많이 받았다. 김위원장은 호방하고 활달한 분으로 이번에 김대통령 만나서도 그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최학래 신문협회장〓90년 남북 고위급 2차회담 때는 분위기가 아주 냉랭했고 평양역에 한 사람의 환영객조차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이뤄지겠구나 하는 것을 감지했고 결과가 아주 좋았다. 무언가 북한이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김성진 대통령공보비서관〓선발대로 들어와 보름 가량 체류하면서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의지가 있고 매우 적극적이라고 느꼈다. 체제와 제도의 차이에서 오는 불편함도 경험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분위기가 좋아졌고 매우 친숙해졌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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