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美스칼라피노박사 "北 대외정책 변화"

  • 입력 2000년 6월 14일 19시 45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평양에서 따뜻한 환영을 받는 등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상하셨던 일인지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순안공항에 직접 나와 김대통령을 영접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김국방위원장은 김대통령을 즐겁게 하기 위해 많은 신경을 쓴 것 같습니다. 이는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희망적인 조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북 정상이 첫 만남에서 핫라인을 설치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핫라인을 설치키로 합의했다고 해도 이는 작은 합의에 불과합니다. 핫라인을 설치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고 그에 부수적으로 어떤 강제적인 의무사항이 따르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남북한이 한번에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해 보다 중요한 합의에 이르러야 하겠지요.”

―일단 시작은 좋은 편입니다만 결과도 좋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는지요.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저는 낙관적입니다. 북한은 현재 경제와 외교 등 여러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그같은 변화가 전례 없는 정상회담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정상회담에 응한 것은 북한이 취해 온 과거의 입장이 이제 종식되기 시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북한의 변하고 있다는 구체적 조짐이 있습니까.

“북한이 최근 젊은이들을 외국에 보내 첨단 기술 분야를 공부하도록 하고 있는 것 등을 들 수 있겠지요. 북한은 그같은 변화를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투자를 유치하려 하고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의 의제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습니다만 어떤 진전이 있을까요.

“두 정상은 매우 광범위한 의제를 다룰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산가족문제와 남북경협 등에 관해선 비교적 구체적인 논의가 가능하겠지만 안보와 관련된 의제는 비교적 간단히 다뤄질 것입니다.”

―1991년 체결된 뒤 사문화 상태에 있는 남북기본합의서가 이행될 수 있는 전기(轉機)가 이번에 마련되기를 기대하는 한국인들이 많습니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요.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엇이 논의되고 합의되든, 이번 회담은 남북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긴 과정의 시작으로서 그 자체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정상회담에서 좋은 결실이 이루어지도록 희망을 갖고 지켜봅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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