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金대통령-金위원장 협상 스타일

  • 입력 2000년 6월 14일 19시 33분


이번 평양회담을 통해 드러난 것 중의 하나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협상력이다. 김위원장은 그동안 협상이나 회담과는 거리가 먼 인물로 인식돼 왔다.

김위원장은 예상과는 달리 협상에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우선 대화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적극성이 인상적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협상 테이블에서의 주도권 잡기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장기지만 이번 회담에선 오히려 김위원장이 대화를 주도했다.

김위원장은 특히 ‘통 큰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과시하듯 호방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그가 평양회담에 앞서 베이징(北京)에서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을 만나 두 팔을 아주 크게 벌려 2,3차례 포옹하고 두 손으로 감싸쥐듯 악수를 한 것 등은 그런 증거다.

김위원장은 말이 다소 빠르고 장황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정리된 논리를 갖고 있음도 확인됐다. 이 부분은 86년 북한을 탈출한 최은희(崔銀姬) 신상옥(申相玉)씨가 공개한 김위원장과의 대화 녹음테이프를 통해서 이미 어느 정도 알려졌다. 당시 전문가들은 “김위원장이 동어반복 등 좋지 않은 언어습관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논리적”이라고 평했다.

김위원장에 비해 김대통령은 꼼꼼한 준비와 정연한 논리, 정확한 근거(수치) 제시를 통해 상대를 설득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차분하고 노련하게 대화를 유도하며 과장된 표현이나 제스처를 취하는 일도 없다.

고려대 유호열(柳浩烈·북한학)교수는 “그동안 연구자료를 통해 본 김정일은 해박하고 거리낌없이 사람을 대하는 지도자”라고 말했다.하고 이런 면에서 김대통령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고 덧붙였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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