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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6월 13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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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길에서 김대통령에게 간절한 소원을 전한 그는 이제 옛날의 아버지보다도 훨씬 더 늙어버렸다. 김대통령의 방북 하루 전인 12일 부랴부랴 서랍을 뒤졌다. 이미 누렇게 변해버린 부모님의 사진과 남동생의 편지를 찾아 이날 아침 청와대 앞으로 달려나온 것이다.
김씨는 백방으로 북쪽 가족의 소식을 수소문한 끝에 4월 캐나다에 있는 친구로부터 편지 한통을 받았다. 뜻하지 않게도 북한에 있는 동생이 보낸 편지와 사진이 들어 있었다.
‘형님 잘 있으십니까?’로 시작되는 편지에는 부모님의 사망 소식과 함께 자신의 안부와 의사로 일하는 조카에 대한 자랑이 담겨 있었다. “며칠간 잠을 이루질 못했지요. 동생이나마 살아 있었구나. 너무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의 남은 소원은 단 하나라고 했다. “부모님 산소에 큰절 올리는 것이지요. 말도 안하고 떠나온 제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고 싶어요.”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