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YS만나던 날]감정 앙금 얼마나 풀릴까?

  • 입력 2000년 5월 9일 19시 54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간의 9일 청와대 만찬회동을 전후해 양측에서는 갖가지 관측과 뒷얘기가 흘러나왔으나 분위기는 미묘하게 엇갈려 두 사람간의 감정적 괴리를 반영했다.

▼청와대▼

○…이날 청와대 만찬회동 이후 두 사람의 관계가 원만히 회복될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다. 김전대통령이 김대통령에게 갖고 있었을 지도 모를 어떤 오해나 서운한 마음도 이날 회동을 통해 해소됐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한 고위관계자는 “회동에서 그동안 껄끄러웠던 부분들에 대해서 두 분이 허심탄회하게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앞으로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대통령이 진심으로 김전대통령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서 “김전대통령이 김대통령의 이같은 진심을 이해하고 감정의 앙금을 푸는 계기가 됐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통령은 특히 김전대통령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 아들 현철(賢哲)씨의 사면복권문제에 대해 같은 어버이의 심정으로 대해 왔으나 법적, 제도적 한계 때문에 만족할만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음을 강조한 것으로 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회동 직전까지 상도동측 인사들과 전화 접촉을 갖고 회동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협의했다는 후문이다.

▼상도동▼

○…김전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서울 근교 산행을 취소하고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을 불러 2시간 남짓 조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박의원은 청와대 회동에 대한 언론보도와 청와대 기류를 보고했다는 것.

박의원은 조찬이 끝난 뒤 “김전대통령은 ‘할 얘기는 다할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회동을 계기로 ‘신(新)3김시대’를 구상 중이라는 일부 시각에 대해 김전대통령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는 것.

○…이번 회동을 통해 냉랭했던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해빙(解氷)기로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박의원은 “관계 개선은 전적으로 김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선을 그었다. 현 정권이 집권 후 김전대통령에게 가한 많은 압박에 대해 말이 아닌 가시적인 시정조치가 있을 경우 신뢰회복의 단초를 열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상황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전대통령은 회동이 끝난 뒤 정치현안에 대한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전달하기 위해 박의원을 통해 만찬 대화록 전체를 별도로 발표했다.

<최영묵·정연욱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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