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상향공천 스케치]대의원들 "한 표에 뿌듯"

  • 입력 2000년 5월 7일 20시 52분


“나도 당원인데 왜 나한테는 투표하라는 연락이 없는 거죠.”

7일 민주당 서울 도봉을 지구당(위원장 설훈·薛勳) 사무실. 당직자들은 쉴새 없이 걸려오는 이런 문의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다음달 8일엔 도봉구를 대표해 서울시 시의회에 나갈 시의원 보궐선거가 있다. 적임자를 후보로 뽑아야 선거에 이길 수 있다. 과거에는 지구당 위원장과 중앙당이 대충 후보를 찍어 내보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당원들이 직접 뽑는다. 이른바 상향식 공천이다.

▼지구당위원장이 비용 부담▼

공정한 선거를 위해 선거인명부도 만들고 열람제도도 도입했다. 열람 첫날인 이날 벌써 많은 당원들이 선거인 명부를 열람했다. 1만2000여명에 이르는 당원(선거인)들에게 보낼 선거공보도 만들고 있다.

당원들의 투표에 의한 상향식 공천은 민주노동당이 16대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적은 있지만 기성 정당으로서는 민주당 도봉을 지구당이 사실상 처음이다. 지구당 관계자들은 5000명이상의 당원들이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시간 사무실 한쪽에서는 경선 도입에 따른 ‘게임의 규칙’을 정하기 위한 회의가 열렸다. 한 후보가 “일부 당원의 경우 중앙당에는 입당했지만 지구당 당원명부에는 등재되지 않았다. 이 경우 투표권은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경선관리위측은 “유권해석을 내려주겠다”고 답변했다.

처음 실시하는 경선인 만큼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 현재로선 당비 납부 당원들이 거의 없어 선거공보 발송료 등 경선비용(3000만원 추산)은 모두 위원장의 개인몫. 설훈의원은 “당원들의 참여도가 높아지면 권리행사에 따른 책임의식도 높아져 당비 납부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선거법이 사실상 시도의원 후보 무경선(無競選)을 전제로 하고 있어 당내 경선이 자칫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도 고민. 이에 따라 당초 허용키로 했던 현수막 설치도 없던 일로 했고, 선거운동도 실내에서만 하도록 했다. 한 관계자는 “이런 식의 경선이 일반화된다면 선거법 개정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의원들 "한표에 뿌둣"▼

민주당 서울 동대문을 지구당(위원장 허인회·許仁會)도 6일 대의원들이 참가하는 경선을 통해 서울시 시의원후보를 선출했다. 이날 선거에는 특별당비 1만원을 낸 대의원 308명이 참석했고, 3명의 후보가 출마해 204표를 얻은 M후보가 당선됐다. 참석 대의원들은 자신들의 직접투표에 의해 시의원 후보를 뽑는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끼는 듯 했으며 개표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자리를 거의 뜨지 않았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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