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자민련 총재회담 '의제 보따리' 제각각

  • 입력 2000년 4월 26일 22시 29분


28일 열리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자민련 이한동(李漢東)총재의 청와대 회담을 위한 양측간 4인 실무접촉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렸으나 민주당측은 양당간 공조 복원을, 자민련측은 내각제 개헌 논의를 각각 요구해 조율에 난항을 겪었다.

○…양측은 이날 접촉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초당적 협력, 지역갈등 해소노력 등에 대해선 쉽게 합의. 자민련이 요구한 국회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에 대해서도 민주당측은 “당연히 해줘야 한다”며 적극적인 태도.

그러나 민주당은 합의문에 양당간 공조정신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표현이라도 담을 것을 요구한 반면 자민련은 “공조문제와 총재회담은 별개”라며 강력 반대. 자민련은 대신 내각제개헌 등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헌법개정특위 구성과 총선시민연대의 불법활동에 대한 당국의 우선 수사 등을 요구하며 맞불 작전.

결국 양측은 문안작성에 합의하지 못해 27일 다시 만나기로 하고 협상을 종료. 이들은 한결같이 굳은 표정으로 “윗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협의내용에 대해 함구.

○…이에 앞서 자민련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실무진이 마련한 안을 놓고 논의. 그러나 자민련측은 이번 총재회담 의제가 김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간의 영수회담과 크게 다를 게 없어 고심. 한 당직자는 “이회창총재와의 영수회담에서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다 담아버려 새로운 의제나 제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답답한 표정.

남궁진(南宮鎭)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실무접촉에 앞서 “양당은 그동안 국정공조와 의정공조는 변함없이 해왔다”며 “다만 선거공조에서 불편한 관계에 있었을 뿐”이라고 공조복원을 적극 희망.

○…한편 한나라당은 이번 민주당과 자민련 총재회담을 계기로 ‘민-자 공조’가 복원될 가능성을 경계하며 예민한 반응.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민주당이 공조복원을 위해 교섭단체 조건을 완화해 준다거나 호남의 무소속 당선자 4명을 자민련에 보내 무소속구락부 같은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상식 이하의 얘기”라고 주장.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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