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김총비서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체제의 안정성을 높이고 국가발전의 진로를 제시할 경우 유훈통치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그의 시대를 열 수 있다는 분석과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번 정상회담은 은둔정치를 해왔던 김총비서가 공개적으로 주민들 앞에 나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진행된 이후라도 김일성주석의 ‘유훈통치’가 막을 내린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선 이번 정상회담 개최 발표과정만 보더라도 김주석의 ‘후광’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평양에는 지금 김주석의 생일(4월15일)을 의미하는 ‘태양절’ 행사가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북한이 정상회담 개최합의 소식을 발표한 10일에도 ‘김일성 기념음악회’에 참석하기 위해 80여개국의 외교사절과 기자단이 평양에 모여 있었다. 북한이 외교사절이 모인 자리에서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알린 것은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 권한대행이 태양절을 맞아 김총비서에게 축하전문을 보내는 등 여러 국가의 정상들이 축전이나 선물을 보내 왔다. 축전에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이 포함돼 있었다는 전문. 결국 김총비서는 정상회담 합의 발표에서도 아버지의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따라서 김총비서의 ‘홀로 서기’는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그 준비과정에서 김총비서가 무엇을 얼마나 얻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회담의 성과가 좋으면 그의 장악력이 한층 강화되면서 그만큼 빨리 아버지의 후광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