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黨위상 크게 위축…진로설정 고민

  • 입력 2000년 4월 14일 19시 42분


‘4·13’ 총선 결과 한나라당과 민주당 어느 당도 원내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자 즉각 부상한 화두가 정계개편론이다. 이에 따라 원내교섭단체 구성마저 실패한 자민련과 당선자들의 향후 거취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자민련 당선자들의 진로결정에 가장 큰 변수는 JP 등 지도부의 선택. 하지만 JP는 14일에도 당사에 출근하지 않은 채 서울 신당동 자택에 두문불출한 채 당선자들에게 격려전화만 하고 당직자들의 면담요청도 거절하고 있다. JP와 통화한 한 당선자는 “JP가 크게 충격을 받은 눈치였다”며 “생각을 정리하는 데 꽤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이한동(李漢東)총재도 이날 새벽 당사 선거상황실에 잠시 들러 당직자들을 위로한 이후 당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와 함께 당선자들의 개인성향도 관심사. 이들이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가 당 지도부의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

당선자들 중 15대 총선을 자민련 간판으로 치른 사람은 강창희(姜昌熙) 이양희(李良熙) 이재선(李在善) 함석재(咸錫宰) 정우택(鄭宇澤)의원과 조부영(趙富英)선대본부장 등 6명. 김종호(金宗鎬) 이완구(李完九) 오장섭(吳長燮) 김학원(金學元)의원 송광호(宋光浩)전의원 등은 97년 대선 후 자민련이 공동여당의 일원이 되자 뒤늦게 합류했다.

○…이들의 면면을 볼 때 ‘여권 지향성’이 강한 인물들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체로 민주당과의 공조재개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아직 복잡한 양상을 보이는 지역여론 등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도 “민주당과의 공조관계 청산이 선거전략 차원도 없지 않았지만 선거과정에서 양당 사이의 너무 깊게 파인 골을 그리 쉽게 메우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어쨌든 당 차원의 선택이든, 당선자 개인의 진로결정이든 뭔가 가시화되려면 적지 않은 시일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각자 지역여론, 장기적인 안목에서 어느 선택이 유리한지에 대한 판단 등 여러 요인이 결정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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