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전국 현장 르포]마지막 순간까지 "제발 저를…"

  • 입력 2000년 4월 12일 18시 34분


‘4·13’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끝난 12일 후보들은 연설회 등으로 마지막 세몰이를 하고 일부 후보들은 선거운동이 허용되는 밤 12시까지 득표활동을 벌였다.

○…경기 안양 만안에 출마한 한나라당 박종근(朴鍾根)후보는 12일 시장과 상가 등을 돌며 “진정한 유일 야당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부탁하고 오후 6시 정당연설회로 세를 과시한 뒤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마감.

민주당 이종걸(李鍾杰)후보는 이날 오전 3시부터 안양3동 인력시장과 주유소 등을 돌며 “젊고 힘있는 여당 후보를 밀어달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오후 6시에는 마지막 세몰이 집회를 개최. 자민련 김일주(金日柱)후보는 30여회의 거리 유세를 통해 교육대학 유치 등의 공약을 다시 한번 강조.

○…충북 청원의 한나라당 신경식(辛卿植), 민주당 정종택(鄭宗澤), 자민련 오효진(吳效鎭)후보는 12일 오후 10시경부터 선거운동이 끝나는 자정까지 시장 등을 집중적으로 돌면서 치열한 막판 선거전을 전개.

신후보는 개인연설회를 통해 “총선시민연대가 정권과 결탁해 야당의원들을 괴롭히고 있다”며 총선시민연대가 자신을 낙선운동대상에 포함시킨 것에 대한 반박에 주력. 정후보도 청원군 일대를 돌며 목이 쉰 상태에서도 “힘있는 여당의원을 밀어달라”고 호소하며 한 표를 부탁. 오후보는 이날 오전 집안 제사에 참석한 뒤 거리에서 지역 내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밤에는 시장 등을 돌며 지지를 호소.

○…충북 청주 상당의 민주당 홍재형(洪在馨)후보는 투표율이 낮아지면 불리하다고 판단돼 12일 상가가 몰려 있는 북문로 일대에서 운동원들과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투표 참여 캠페인’을 전개. 충주의 한나라당 한창희(韓昌熙)후보도 충주 시내를 돌며 젊은이들을 상대로 투표 참여를 권유.

○…전북군산총선시민연대는 12일 시내 할인매장 등에서 유권자들에게 “소금으로 썩은 정치인을 정화합시다”라는 구호가 적힌 200g짜리 소금 1봉지씩을 나눠줬는데 총선연대 관계자는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권유하기 위해 소금 5000봉지를 준비했다”고 설명.

부산총선시민연대는 약 한달 동안 거점으로 삼아온 부산역 앞 총선연대 천막을 12일 철거하고 ‘개혁적인 전문가를 전국구에 공천한 당에 찍자’ 등 유권자 투표지침을 발표. 부산 총선연대는 이날도 해운대 일대에서 마지막 낙선운동을 벌이다 이를 저지하는 선관위 직원들과 가벼운 충돌을 빚기도.

○…총선시민연대나 언론사를 사칭해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사례가 많은데 대전 대덕의 자민련 최환(崔桓)후보측은 12일 “누군가가 유권자들에게 ‘여기는 총선연대인데 대덕구에 출마한 A, B 후보가 낙선운동 대상자라는 것을 아느냐’고 전화운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

이에 대해 총선연대측은 “유권자에게 ‘낙선대상자가 누구인지 아느냐’는 홍보전화를 후보자 등록 전에 한 적은 있지만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에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

○…농협중앙회장 재직 시절의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충남 아산의 자민련 원철희(元喆喜)후보의 결백을 주장하는 내용의 우편물 700통이 유권자에게 8, 9일 발송돼 선관위가 천안지청에 수사를 의뢰.

‘서울지법 출입기자단’ 명의의 이 우편물은 ‘재판기록을 살펴본 결과 원후보의 무죄가 확인된 만큼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은 가당치 않으니 농민의 일꾼 원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내용인데 원후보측은 “앞서가는 마당에 유치한 자작극을 벌일 이유가 없다”며 역(逆) 흑색선전이라고 주장.

○…대구 서구 비산동 일대 비산염색공단 내 전체 200여개 사업장 가운데 100여개가 임시공휴일인 13일 정상가동될 예정이어서 근로자 1만여명이 투표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는데 염색공단 내 T물산 근로자 박모씨는 “투표일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투표할 수 없게 됐다”며 “회사에서는 아침 일찍 투표하고 출근하라지만 지친 몸으로 어떻게 투표하겠느냐”고 푸념.

대구 성서공단과 노원동 공단 내 일부 영세업체도 같은 상황인데 15대 총선 때는 대부분의 사업장이 3교대 근무를 해 비번인 근로자들은 투표할 수 있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공단 내 절반 이상의 사업장이 불법으로 주당 최장 근로시간을 훨씬 넘는 2교대제를 실시하고 있어 상황은 더욱 열악.

<부산·청주·전주·대전〓권기태·이원홍·주성원·김승련기자>blues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