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관심지역 3곳]서울 종로-서초을-동해·삼척/강릉

  • 입력 2000년 4월 12일 18시 34분


▼서울 종로▼

‘정치1번지’로 일컬어지는 서울 종로에서 벌어지는 막판 혈전이 치열하다. 민주당 중진인 이종찬(李鍾贊)후보와 세번째 도전하는 한나라당 정인봉(鄭寅鳳)후보 등 9명의 후보가 난립한 종로의 막바지 전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여러가지다.

우선 민주당 이후보가 총선연대 집중낙선대상으로 지목된 점. 총선연대가 낙선운동을 구체적으로 벌이면서 한나라당 정후보가 만만치 않은 추격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보측이 “총선연대가 지역안배 차원에서 뒤늦게 표적으로 끼워넣었다”고 반론을 펴는 한편, 총선연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정후보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사형선고로 몰아넣은 80년 내란음모사건 군법재판 당시 검찰관이었다는 점과 교도소 히로뽕 밀반입 사건 연루사실이 띄워지면서 여론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다.

또 한가지 남북정상회담 개최합의도 작지 않은 변수. 실향민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장 재직 시절 남북한 막후 접촉을 주도했던 민주당 이후보는 12일 탑골공원에서 열린 정당연설회에서 “남북정상회담은 내가 국정원장 시절에 그 씨앗을 뿌려 결실을 보게 된 것”이라고 ‘막후기여’를 강조하며 “남북문제 전문가로서, 6월12일 김대통령을 보필해서 평양에 갈 수 있도록 몰표를 달라”고 호소.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정후보, 자민련 김경환(金敬桓), 민국당 여익구(呂益九)후보 등 여타후보측은 총선을 눈앞에 두고 남북정상회담 합의 사실을 발표한 배경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반격. 그러면서 정후보측은 “실향민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낙관.

<윤승모기자>ysmo@donga.com

▼서울 서초을▼

서울 서초을에서는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후보 측 선거 운동에 나섰던 김홍신(金洪信)의원과 천주교 서초성당측간의 ‘갈등설’이 흑색선전 시비로 증폭되면서 막판 선거전의 쟁점으로 등장했다. 9일 서초성당 앞에서 김후보의 선거운동을 벌이던 김홍신의원 일행과 성당측간에 ‘감정적 언사’가 오가는 등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 사건의 발단.

그 내용이 누군가에 의해 ‘김덕룡 김홍신의원 신부님 모독사건’이란 제목으로 천주교 총선연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졌고 이를 본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 관계자가 복사해 사제단의 이름으로 띄우면서 파문이 확대된 것. 홈페이지 내용은 다시 누군가에 의해 유인물로 인쇄돼 서초 일대에 뿌려졌다.

사안이 커지자 김후보측은 “민주당후보가 혼탁선거를 하고 있는 증거”라며 안동수(安東洙)후보를 지목했고 안후보측은 “우리가 한 일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홈페이지 내용이 정치공방으로 비화되자 천주교 총선연대측은 진상조사를 거쳐 “김후보 비난 내용의 글은 누군가가 사건을 의도적으로 왜곡해서 올렸고, 정의구현 사제단 실무자가 이를 사실로 오인해 게시판에 올린 것”이라는 내용의 해명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천주교 총선연대 측은 또 “(김후보 비난 내용에 대해) 사제단 명의로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서초을 모후보측에서 의도적으로 잘못된 내용의 글만을 인쇄해 살포한 것으로 이는 종교를 이용해 표를 얻기 위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서초성당측도 “실랑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김후보측이 사과한만큼 더 이상 이를 문제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동해-삼척/강릉▼

선거를 앞두고 동해안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이 해당지역 막판 돌발 변수가 됐다. 선관위와 여야 후보들은 우선 동해안 지역의 산불이 유권자의 사표 성향을 부추겨 투표율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산불이 대부분 산기슭에 자리잡은 민가를 덮쳐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주민은 선거인 가운데 얼마 안되지만 공동체 의식이 강한 주민들은 투표일 당일 선거에 참가하기보다는 같은 마을 주민 돕기에 나서기 때문에 기권하기 쉽다는 것.

산불의 직접적인 피해를 본 삼척시 원덕읍과 근덕면의 선거인수는 1만7500여명으로 동해-삼척 선거인수의 13%를 차지, 어느 후보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삼척 출신의 민주당 장을병(張乙炳)후보측은 산불이 난 지역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선관위에 재투표 실시를 요청하는 한편 선거상황실을 ‘산불상황실’로 바꿨다. 동해 출신의 한나라당 최연희(崔鉛熙)후보측도 오전 9시 이전까지만 해도 삼척시의 산불이 득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그후 동해시 삼화동에 산불이 나자 유세반을 산불진화 요원으로 즉각 투입했다.

산불피해지역의 민심이 어디로 향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야 후보는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릉의 민국당 심재엽(沈在曄)후보는 “강원도가 기본적으로 산림 지역인데도 정부는 대형 화재 진압장비도 갖추지 않고 구조조정을 강행해 산림보호 종사자수만 줄여 재난을 증폭했다”고 성토하며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최각규(崔珏圭)후보측은 “불이 난 지역의 조림 및 개발계획을 다시 세워 국토의 이용가치를 높여야 한다”며 맞대응했다.

<강릉〓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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