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현장]영호남 지역정서 조용한 변화 느껴진다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3분


‘한나라당 싹쓸이’ 분위기가 지배했던 영남지역정서에 ‘조용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역대 선거 때는 “DJ가 정권을 잡으면 영남사람 다 죽는다”는 유언비어에서부터 원색적으로 호남인들을 비하하는 말들이 영남지역에 난무했지만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대구지역 한 민주당 후보는 “여전히 지역정서의 벽이 있지만 예전처럼 야유를 보내는 등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주민은 드물다”고 말했다. 대구총선연대 권혁장사무국장은 “예전의 지역감정은 호남사람과 호남지역을 싸잡아 멸시하거나 무시하는 ‘공세적 패권주의’에 가까웠으나 이번에는 현 정권에서 소외된데 따른 ‘방어적 피해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또 지역언론의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이 절반이 넘게 나타난 것도 정치적 무관심과 더불어 지역민들의 ‘탈지역주의적인 고민’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산대 이행봉(李行奉·정치학)교수는 “‘반DJ 정서’가 폭넓게 내면화해 있어 당장 투표행태에 큰 변화가 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과거 총선 때와는 달리 지역감정과 ‘올바른 후보를 가려내야 한다’는 당위적인 투표행태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호남지역에서도 ‘호남 싹쓸이’ 판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태. 광주 남구 이모씨(53)는 “정권교체까지 된 마당에 호남에서 민주당이 싹쓸이를 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제는 인물과 자질을 따지지 특정정당에서 나왔다고 무조건 찍어주지는 않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구·광주〓선대인·박윤철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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