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표밭현장]선관위 "낙선운동 저지"인력 대거출동

  • 입력 2000년 4월 9일 20시 21분


○…강원지역에선 후보들마다 차량통행이 많은 교차로나 로터리에 진을 치고 열띤 운동을 벌이는 바람에 교통체증이 가중.

춘천시 후평동 사거리에는 한나라당 민주당 운동원들이 거리 모퉁이에 유세차량을 세워놓고 고성능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후보들의 이름과 얼굴이 그려진 피켓을 흔들어대며 지지를 호소.

강릉에선 또 시외로 빠지는 길목인 옥천동 오거리에 각 후보의 율동부대들이 고정 배치돼 교통혼잡이 극심. 민국당 운동원들은 차량이 지나가는데도 치어걸 차림의 운동원들을 황색 안전선 가장자리까지 내보내 아슬아슬한 율동을 선보이기도.

○…충북 총선시민연대가 집중적인 낙선운동을 벌인 충북 보은-옥천-영동 합동연설회장에는 선관위 직원들이 이를 제지하기 위해 대거 출동해 한때 긴장된 분위기.

시민연대는 낙선운동 대상자인 민주당 이용희(李龍熙) 자민련 박준병(朴俊炳)후보를 겨냥해 ‘퇴장, 부패 정치’ 등의 구호가 적힌 차량 30대에 회원 40여명을 탑승케 해 지역 일대를 돌며 집중적인 낙선운동을 벌였다. 시민연대측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때리면 그대로 맞는다” “경찰이 연행하면 연행당한다” 등 비폭력 행동지침을 회원들에게 미리 시달. 시민연대 회원들이 연설회장인 영동읍 영동초등학교에 도착하자 대기 중이던 선관위 직원 30여명이 이들을 저지. ‘저지대’는 인근 보은군 옥천군 선관위는 물론 청주지역 선관위 직원들까지 포함된 다국적군.

시민연대회원들은 ‘부패 무능한 정치인을 찍지 맙시다’ ‘꼭 투표합시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낙선운동 및 선거참여 운동을 벌이다 ‘저지대’가 제지하자 20분만에 중지해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전남 화순-보성의 민주당 한영애(韓英愛)후보측은 7일 “총선시민연대가 화순 지역에서 6일 개최한 낙선운동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늑장출동을 했다는 이유로 상급자로부터 기합을 받던 화순경찰서 김모이경(21)이 사망했다”며 “이번 사고는 불법적인 낙선운동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총선연대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성명을 발표.

이어 한후보와 운동원들은 8일 김이경의 빈소를 방문한 뒤 9일 오전에도 영결식에 참석해 이같은 주장을 되풀이.

김이경의 사망을 총선연대의 낙선운동 책임으로 돌리는 한후보측의 행동을 바라보면서 총선연대 관계자들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

집회 진행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조차 한 일이 없었고, 경찰도 “김이경은 귀대한 뒤 장비정리 문제 때문에 고참에게 기합을 받다 사망한 것으로 시민단체의 집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기 때문. 오히려 낙선 캠페인을 할 때마다 한후보측 사람들로 보이는 건장한 청년들에게 유인물을 뺏기는 등 봉변을 당한 경험까지 있었다는 것.

총선연대 관계자는 “한후보측 주장이 하도 터무니없어 대응도 하지 않고 있지만 막판에 다급해지니 전경의 죽음까지 선거에 이용하려는 모양”이라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

<총선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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