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前科공개 의미]유권자엔 검증의 기회 제공

  • 입력 2000년 4월 6일 19시 38분


선관위가 6일 선거사상 처음으로 16대 총선 후보들의 전과기록을 공개한 것은 후보검증의 측면에서 획기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병역 및 납세실적에 이어 후보의 전과기록이 공개됨으로써 유권자들이 후보의 도덕성과 개인적 자질 등을 종합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검증기준이 제공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중앙선관위가 후보 전과기록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자 상대후보의 전과기록을 조회하려는 각 후보진영과 정당 일반 유권자들의 접속이 폭주해 높은 관심도를 반영했다.

선관위 인터넷 홈페이지는 24만건의 접속을 기록, 홈페이지 개설 이후 최고 접속 건수를 올렸으며 이 때문에 선관위의 홈페이지 접속이 불통되거나 화면이 신속히 뜨지 않는 현상이 속출했다.

이번 전과기록은 선거일을 1주일 앞둔 시점에서 공개돼 전국의 접전지역 판세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전과공개가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수도권 등의 접전지역에서는 상당한 변수가 될 것이 분명하다”는 게 선관위와 각당 관계자들의 얘기다.

특히 후보등록과 함께 공개된 병역 및 납세실적과는 달리 선거 막판에 공개된 이번 전과기록은 해당 후보들이 이를 제대로 해명하고 반박하기 힘들기 때문에 파괴력을 더할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선거현장에서 전과사실의 배경이나 죄질은 따지지 않고 전과사실 자체 만으로 상대후보를 무차별 공격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공은 유권자에게 넘겨진 셈이다. 피상적인 전과유무에 앞서 죄질의 내용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관심과 정확한 판단이 따르지 않을 경우 이번 전과공개는 오히려 부작용만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정치권이나 정부 당국이 유념해야 할 과제도 간단치 않다. 갖가지 검증자료의 공개 자체로 선거문화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보다 공정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려면 후보검증자료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정교하게 관찰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양기대기자> 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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