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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28일 2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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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은 벌써부터 상대후보의 납세 명세와 병역 이행 여부에 대한 검증을 거치겠다고 벼르고 있어 초반 선거운동에서 이 문제가 또 하나의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많은 재산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아예 안냈거나 턱없이 적게 낸 사람들이 상당수 드러나 불성실신고나 탈세공방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
이처럼 후보정보 공개제도는 공정한 경쟁풍토 조성은 물론 선거문화와 정치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각종 정보가 후보등록과 함께 즉각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워져 이른바 ‘전자 민주주의’의 정착을 성큼 앞당겼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허점도 적지 않게 드러나 전면적인 보완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재산세 신고대상에서 종합토지세가 제외된 것이 대표적인 예. 일반적으로 재산 중 가장 비중이 크다는 토지에 대해서는 세금신고를 하지 않도록 돼 있기 때문에 세금신고제 도입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이같은 허점은 지난 2월 여야가 선거법 개정 당시 과거처럼 재산세에 건물분과 토지분이 합쳐진 것으로 착각하고 법 문안에서 ‘종합토지세’조항을 빼버린 데서 비롯된 것으로 선관위가 이미 선거법 개정을 주장하고 나섰다.
후보자 본인의 납세실적만 신고하도록 돼 있는 것도 맹점. 후보자의 재산은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재산도 함께 등록토록 하고 있어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
선관위에 실사권(實査權)이 없어 불성실 신고를 한 후보를 가려내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점도 제도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실제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시행 중단(2002년 재시행)으로 예금이나 주식에 붙는 이자 및 배당소득은 세무서가 아닌 금융기관이 내용을 파악하고 있어 누락돼도 적발해내기가 어렵다.
신고내용의 진위를 가려줄 실사권이 없다 보니 후보들 간에 신고내용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을 경우 신속하게 판정을 내려줄 수가 없고 따라서 신고내용이 오히려 흑색선전의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김차수·정연욱기자>kimcs@donga.com
▲현역 의원 편법절세
28일 선관위에 소득세와 재산세를 신고한 952명 가운데 3년간 1억원 이상의 소득세를 낸 ‘알부자’는 73명에 달했다. 3년간 500만원 이상의 재산세를 낸 재력가는 52명.
그러나 연간 세비 액수가 7000만원에 이르는 의원들의 세금 납부액을 파악해본 결과 상당수의 의원들이 연평균 100만원 이하의 종합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일반 봉급생활자들은 꿈도 못꾸는 특권을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세 1위는 재산액 1위(2783억3521만원)를 차지한 무소속 정몽준(鄭夢準)의원으로 3년간 낸 소득세가 36억3987만원. 재산세 1위는 6887만원을 낸 한나라당 정의화(鄭義和)의원으로 정의원측은 “재산은 182억여원을 신고했으나 정의원 명의로 된 병원이 두개여서 재산세가 많이 나왔다”고 설명.
서울지역 자민련후보인 모건설회사 회장은 “재산을 모두 아들에게 물려주고 사업도 중단했다”며 재산과 재산세 소득세를 모두 ‘0’으로 신고하려했다가 “직계재산도 신고하라”는 선관위측의 요구에 따라 부랴부랴 서류를 준비. 전남에 출마한 상공회의소장 출신의 한 후보는 재산 7000여만원, 소득세 14만원, 재산세 납부 내용은 전무하다고 신고해 눈길. 이 후보측은 “한때 200억원대의 재산을 가졌으나 사업이 망해 이렇게 됐다”고 설명.
○…재산이 가족명의로 돼 있어 재산세가 소득세보다 현저하게 낮게 나온 경우도 적지 않았다. 자민련 이택석(李澤錫)후보는 1248만원의 소득세를 신고했으나 재산이 부인 명의로 돼 있어 재산세는 전무.
소득세 8000원을 신고한 서울 노원을의 민주노동당 정윤광(鄭允光)후보는 “소득세 내용을 찾아보다 가까스로 96년도에 기타 소득세 8000원을 낸 영수증을 찾아냈다”고 소개. 서울 종로의 민주노동당 양연수(梁連洙)후보는 ‘전국빈민연합의장’이라는 직함에 걸맞게 재산과 재산세 소득세를 모두 ‘0’으로 신고.
○…일반인들의 경우 연평균 소득이 7000만원에 이를 경우 4인 가족 기준으로 소득공제를 적용하면 보통 연간 600만원 정도의 세금을 납부하는 형편.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경우 3년 간 종합소득세 납부액이 600만원(연평균 200만원) 이하인 의원이 20명이 넘었다. 민주당 유재건(柳在乾·128만원) 김운환(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