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연고찾기' 百態]첫사랑 내세우며 '인연만들기'

  • 입력 2000년 3월 17일 19시 09분


“털끝만한 인연이라도 동원하라.”

여야 지도부의 전국 유세가 계속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인연을 중시하는 유권자들을 의식, 방문 지역과 자신의 ‘숨겨진 인연’을 강조하며 한 표를 호소하는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 출신과 첫사랑"▼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지방 유세를 갈 때마다 자신과의 연고를 강조하고는 한다. 대구 지역에서는 “대선 당시 지지율이 떨어졌을 때 나를 회생시킨 대구는 나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역설. 이총재는 선영이 있는 충남 예산은 고향임을 강조하고 청주에서는 “내가 중학교를 다녔던 도시”라고 과거를 회상하며 대전에서는 “충청도 출신인 저를 총재로 뽑아준 한나라당을 지지해달라”고 호소.

그는 또 부산에서 “부산은 마음의 고향이며 내 집사람(한인옥·韓仁玉여사)이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던 지역”이라고 유대감을 표시. 부인 한여사도 진주 지역에서 “부친이 이곳에서 교사 생활을 한 적이 있다”고 연고를 강조.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선거대책위원장은 광주를 방문해 시민단체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 첫사랑이 여수 사람이었다”고 말해 화제.

▼"며느리 태어난 곳"▼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는 강원도에서 “셋째 며느리가 강원도 출신인데 며느리 중 제일 참할 뿐만 아니라 셋째 며느리가 낳은 손자까지 제일 똑똑하다”며 공개 석상에서 며느리까지 비교.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은 “경기지사 시절 이천도자기축제를 크게 키웠다”(여주), “경기지사 시절 꽃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었다”(고양), “지난 대선 때 저에게 과분한 표를 준 지역”(충북 제천 단양, 강원 홍천)이라고 말하는 등 주로 경기지사 시절과 지난 대선 때의 인연을 내세우는 편.

▼"어머니의 고향"▼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는 “장모님이 태어난 곳이 김천 황금동일 뿐만 아니라 6·25 전쟁 때 여기까지 내려와 싸운 인연이 있다”(경북 김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어머니 고향이 전주이고, 둘째 형님이 전주사범을 나왔고, 큰 형님도 전주에서 학교를 나오는 등 전북과는 남다른 인연이 있다”는 등 ‘가계(家系)활용형’. JP는 또 경북 지역에서는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과 부인 박영옥(朴榮玉)여사의 고향임을 내세우고 충남 보령에서는 “내가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교편을 잡은 곳”이라며 지지를 호소. 경기도 출신인 자민련 이한동(李漢東)총재는 부인 조남숙(趙南淑)여사가 충남 청양 출신으로 대전여고를 나왔음을 들어 “나는 경기도의 아들이자 충청도의 사위”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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