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7 4.13총선] 상대 텃밭 파고들기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민주당 한나라당 자민련 민국당 등 4당은 ‘4·13’ 총선을 28일 앞둔 16일 전국 각지에서 각종 행사를 갖고 세몰이에 주력했다.

이날 4당은 제각기 주공(主攻) 목표를 설정, 득표전략을 구사해 상호 비방전 양상은 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국당이 총선 전 대선후보 가시화 방침을 놓고 격론을 벌이다 ‘총선 후 경선’ 쪽으로 결론을 낸 반면, 자민련 이한동(李漢東)총재는 요즘 고개를 드는 ‘대선주자론’에 신경이 쓰이는 듯 우회적으로 자신의 대권도전 의지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또 한나라당의 이회창(李會昌)총재와 자민련의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각각 상대의 강세지역인 대전-충남과 대구-경북에서 ‘텃밭 파고들기’ 경쟁에 나선 것도 이날 표밭공략 양상 중 관심을 끈 대목이었다.

▲민주당…"벤처-제조업 같이 발전" 경제 챙기기

민주당은 이날 지도부 일정을 ‘경제 챙기기’에 초점을 맞추고 각종 행사를 진행. 서영훈(徐英勳)대표와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은 인천항 컨테이너 부두와 남동공단을 방문, 인천항의 항만시설 확충 지원을 약속. 서대표 등은 “최근 정보통신 벤처산업의 발전으로 제조업 분야가 상대적으로 위축이 되고 있으나 벤처산업과 기존 제조업이 병행 발전할 수 있도록 대통령 주재 국가경쟁력 강화대책위 설치를 건의하겠다”고 공언.

김원길(金元吉)선대위정책위원장은 △수출기업의 기술혁신 및 정보화 △인력난 타개 △물류체계 개선 △경영전략 지원 등 종합적인 제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첨언.

▲한나라당…"충청서 자민련 찍으면 DJ도와 주는 것"

대전 충남지역을 방문한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는 이날도 지론인 ‘곁불론’(“JP는 충청권 민심을 이용해 DJ정권의 곁불만 쬐어왔다. 충청인은 곁불이 아닌 ‘직(直)불’을 쬘 수 있도록 자존심을 되찾아야 한다.”)으로 충청권 정서를 자극. 그러면서 이총재는 “한나라당은 충청도 출신인 나를 총재로 뽑아준 당”이라고 강조.

그는 “JP는 정통 보수세력임을 주장하면서 햇볕정책을 뒷받침해왔고 바다에 면하지도 않은 충북사람을 해양수산부장관으로 내세워 한일어업협정을 날치기처리했다”며 “충청권에서 자민련을 찍는 것은 결국 DJ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자민련의 ‘민주당 2중대론’을 거듭 제기.

▲자민련…"대구정서는 한나라 지지 아니다" 역설

자민련 김종필명예총재는 이날 대구지역 지구당 개편대회에 잇따라 참석, “서울에서 ‘대구정서’ 운운하는데 우리나라를 공산당으로부터 지키고 근대화를 이룩한 게 대구정서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게 대구정서가 아니다”고 역설.

이한동총재는 이날 경기와 강원 지구당행사에 참석, “한나라당은 ‘이회창 대통령’을 외치고 민주당은 ‘이인제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소동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몰지각한 이들처럼 나설 수 없어 참겠으나 나도 적당한 때가 오면 분명한 의지를 밝힐 것”이라고 간접적으로 대권도전 의지를 피력.

▲민국당…남권 신당바람 되살리기 집중논의

민국당은 이날 오전 부산 롯데호텔에서 조순(趙淳)대표최고위원 주재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개최. 회의에서는 예상밖으로 뜨지 않는 영남권 신당바람을 되살리기 위한 대책을 집중 논의.

논의 끝에 조대표가 자신의 전국구 포기를 대책으로 내놓았는데 신상우(辛相佑) 장기표(張琪杓)최고위원 등이 살신성인을 강조하며 조대표를 강하게 압박했다는 후문. 또 장최고위원은 총선분위기 반전을 위해 총선전 후보가시화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나 다른 최고위원들은 제동을 걸어 총선 후 가시화 쪽으로 결론.

<이도성기자>dose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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