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희씨 입당 경제계 반응]"정경유착-금권선거 우려"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박상희(朴相熙)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장이 회장직을 유지한 채 민주당에 입당하자 새로운 정경 유착과 금권 선거의 도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경제계에 확산되고 있다.

이익단체인 중소기협중앙회가 사실상 정치판에 뛰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정경 유착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수희(李壽熙)거시경제연구실장은 “경제단체가 특정 정당에 가입하면 경제활동과 정치활동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며 “기업들은 내부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 혁신보다는 금리인하 등 정치적 압력을 통한 외부 여건 개선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기업 딴 생각 할 가능성"▼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신인석(辛仁錫)연구위원은 “A전자사장이 현직을 갖고 국회의원이 되고 정보통신위원회 위원이 되는 일은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익 단체인 중소기협중앙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왕윤종(王允鍾)국제거시금융실장은 “기업들은 금권선거에서 오해를 살 가능성이 많은 만큼 자중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중소기협중앙회를 포함한 경제 5단체가 만든 ‘의정평가위원회’도 박회장의 입당으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의정평가위를 주도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박회장의 민주당 입당은 개인적 행위이므로 의정평가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공정성 시비를 걱정하고 있다.

▼"정치하려면 현직 내놔야"▼

재계 관계자는 “연간 30억원의 국고를 지원받는 중소기협중앙회는 중소기업 전체의 이익을 대표한다는 공공성도 있다”며 “박회장이 정치를 하려면 현직을 내놓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열풍으로 중소기업시대가 자연스럽게 오고 있는데 박회장의 정치활동은 중소기업에 상당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중소기협중앙회의 한 간부는 “박회장 개인은 민주당과 운명을 같이할 수 있지만 중소기협중앙회는 그렇게 할 수 없다”며 “민주당이 소수당이 될 경우 중소기협중앙회가 중소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느냐”고 걱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잘 나가는 벤처기업들을 정치판에 끌어들이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지금은 경제 단체와 기업들이 경제살리기에 전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21세기를 맞아 중소벤처기업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중소기협중앙회는 고유의 활동에 전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왕윤종실장은 “중소기협중앙회가 현 정부의 재벌 개혁과 중소기업 육성을 지지하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아예 집권당에 들어가는 것은 본연의 역할을 벗어난 것”이라며 “중소기협중앙회는 재벌 중심에서 중소벤처중심으로의 전환기에 정치말고도 할 일이 너무 많다”고 강조했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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