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대결 잇단 선언]쏟아지는 '장밋빛' 15代와 판박이

  • 입력 2000년 3월 8일 19시 14분


“정부와 여당은 총선을 겨냥한 선심정책 발표를 즉각 중지하라.”

이는 96년 ‘4·11’ 총선을 앞두고 당시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 국민회의대변인이 발표한 논평이다.

당시 여당이던 신한국당과 정부는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전화요금 인하방침과 6000여억원의 세부담 경감을 골자로 하는 증시부양대책 및 중소기업대책 등을 잇달아 발표하고 장관들의 지방 나들이가 잦아지자 국민회의가 이를 선심성 정책이라며 맹공을 퍼부은 것.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00년 3월. 정권교체로 여당이 된 민주당은 최근 ‘1일 1건주의’로 △이동전화요금 인하 △자동차세 인하 △대졸 미취업자 유급 조교 임명 등의 당정협의를 거친 정책들을 당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4년 전 국민회의가 동원한 논리로 여당을 비판한다. 공수(攻守)만 바뀐 셈이다.

15대 총선에서 각당이 벌였던 ‘장밋빛 공약’ 개발 경쟁 또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96년에 신한국당과 구 민주당은 근로소득세 공제범위를 50%로 확대하겠다고 했고 자민련은 부가가치세 종합토지세 법인세 사업소득세 등 주요 세금을 인하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회의는 또 ‘대학입학 전면개방’과 2000년까지 1가구 1주택이란 장밋빛 캐치프레이즈를 내놓는 등 말잔치를 벌였다. 실로 ‘엄청난’ 공약(空約)들이다.

4년 후 민주당은 청년 여성 장애인 서민층 등을 위한 ‘화려한’ 공약들을 매일 쏟아놓는다. 이에 질세라 한나라당도 8조원이 들어가는 농어가부채대책과 각종 조세감면 등의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자민련도 야당 선언 이후 대도시 출퇴근시간 절반 단축 등 공약이 갈수록 거창해지는 양상이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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