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당 수뇌부 계산은]"정계 개편" 속셈다른 득표전략

  • 입력 2000년 3월 8일 00시 13분


한나라당과 자민련, 민국당 수뇌부가 잇따라 제기한 정계개편론은 일단 득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다만 3당의 산법(算法)은 같지 않다.

지난달 이한동(李漢東)총재에 이어 7일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까지 나선 자민련은 총선후 내각제 개헌론을 중심축으로 정계개편이 이루어질 것인 만큼 자민련에 표를 몰아달라는 뜻이다.

민국당 김윤환(金潤煥)창당준비부위원장이 6일 내세운 정계개편론은 다분히 영남권을 의식한 발언. 총선 이후 이회창(李會昌)총재의 한나라당이 결속력을 잃고 흔들릴 것인 만큼 민국당이 영남정서를 대변하는 야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회창총재의 정계개편론은 총선 이후 민주당과 자민련, 민국당 등 내각제 추진세력과 한나라당이라는 대통령제 호헌세력이 맞서는 양상으로 정계개편이 이루어질 것이란 의미다. 여기에는 이번 총선을 ‘3여1야’구도, 즉 자민련과 민국당을 ‘사이비 야당’으로 몰아붙여 민주당과의 양자대결 구도를 세우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문제는 3당의 득표전략에서 비롯된 정계개편론이 이번 총선 이후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우선 ‘총선용 정당’의 성격이 강한 민국당이 총선 이후 정계개편의 촉매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민국당이 총선 이후에도 간판을 유지하려면 이번 총선에서 영남지역에서 괄목할 만한 득표력을 보이고 차기 대선주자로 내세울 만한 인물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의 ‘유동성’도 정계개편을 부추길 것이란 관측이다. 한나라당 내에는 YS계와 김덕룡(金德龍)계, 강재섭(姜在涉)의원을 비롯한 구 민정계 등 비주류가 엄존하며 이들은 사석에서 “총선 때까지만 참자”고 토로할 정도다. 총선 이후 본격적인 대선정국이 펼쳐지면 자민련도 내각제 관철을 위한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정계개편의 관건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총선 득표력. 민주당도 득표가 미진할 경우 내각제 개편의 유혹을 느낄 것이고 대통령제 고수론자인 이총재의 당 장악력도 한나라당의 득표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박제균기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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