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교황방문 스케치]30분 화기애애한 면담

  • 입력 2000년 3월 5일 21시 15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교황청을 방문. 가톨릭 신자인 김대통령은 평민당총재 시절인 89년 교황을 한차례 만난 적이 있다. 김대통령은 교황청 방문 후 “교황의 한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한국교회 자랑스럽게 생각"▼

○…김대통령은 교황청 연주대의 환영곡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성 다마소’ 광장에 도착해 제임스 하비 교황 궁내원장관의 영접을 받았으며 2층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교황의 서재에서 교황과 만났다.

교황은 대기 중이던 김대통령에게 다가와 먼저 한국어로 “찬미 예수”라고 인사하며 악수를 청했고 두 사람은 곧바로 서재로 자리를 옮겨 통역만을 대동한 채 배석자 없이 30여분 간 면담. 면담에서 교황은 “한국 교회를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한국의 김수환(金壽煥)추기경과 정진석대주교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요청.

면담이 끝난 뒤 교황은 김대통령에게 자신의 초상이 새겨진 기념메달과 바티칸박물관 안내책자를, 이희호(李姬鎬)여사에게는 로사리오묵주를 주었고 김대통령은 금속제 거북선모형과 ‘경천애인(敬天愛人)’이라고 씌어진 백자항아리를 선물.

▼'국빈방문 안받는 해' 원칙 깨▼

○…김대통령 내외는 면담 후 교황 전용도로를 이용해 성베드로 성당에 도착해 25년 만에 한번씩 개방돼 통과하는 사람들의 죄를 사해준다는 ‘성문(聖門)’을 통해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김대통령은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을 감상한 뒤 예배실과 지하의 초대 베드로 교황의 무덤 앞에서 기도.

교황청이 예수탄생 2000년이자 대희년인 올해에는 어떤 국가원수의 국빈방문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김대통령의 방문을 허용한 것이나 교황 전용도로를 사용토록 한 것 등은 김대통령에 대한 각별한 예우를 보여주는 것.

○…한편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로마의 관자)’는 4일자에 김대통령의 교황청 방문을 크게 보도. 이 신문은 김대통령과 교황이 악수하는 사진을 1면에 싣고 6면에서 “교황이 분단국가의 화해 노력 및 아시아국가들의 부패 척결 문제에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고 소개.

▼밀라노 프로젝트 지원 당부▼

○…이에 앞서 김대통령은 4일 로마의 콜로세움과 보르게제미술관 등을 둘러보았으며 오후에는 숙소인 그랜드호텔에서 200여명의 교민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대통령은 이어 5일에는 이탈리아의 최대 상업도시인 밀라노에 도착해 문희갑(文熹甲)대구시장과 함께 현지 경제인들을 상대로 ‘밀라노 프로젝트’등 국내 섬유산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당부.

<로마〓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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