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후계구도발언]민주당 차세대 "혹시 나를"

  • 입력 2000년 2월 28일 20시 10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차기 대통령후보 자유 경선’ 발언이 나오자 민주당 내 자칭 ‘차세대 주자’ 진영은 28일 일제히 환영하면서도 서로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반면 한나라당은 “실제로 되겠느냐”며 의문을 표시했고 자민련은 “내각제 약속파기 의도다”며 평가절하했다.

○…민주당은 이날 선대위 확대간부회의에서 김대통령의 발언을 ‘당내 민주주의를 적극 발전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당에 자율성을 확대 부여한 것으로 본다”고 언급. 총선기획 실무자들도 김대통령의 발언이 선거전략에도 부합된다며 반색. 시간이 흐를수록 총선전이 ‘DJ 대 반(反)DJ’ ‘호남 대 비(非)호남’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많은데 후계구도가 이슈로 부상하면 ‘DJ 사당(私黨)’ 또는 ‘호남당’ 이미지를 탈색하는 데 유용하다는 것.

○…내심 차세대를 꿈꾸는 민주당 중진들은 김대통령의 발언을 “당연하다”고 환영하면서도 배경에 촉각.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은 구체적인 언급은 안했으나 27일 제주지구당 개편대회에서 “미국 인구가 2억5000만명인데 인구 180만명의 아칸소 주지사 출신인 빌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듯 우리나라도 사람만 똑똑하면 대통령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

이종찬(李鍾贊)고문은 “나는 92년 민자당 때부터 자유 경선을 주장했었다”면서 김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했고 노무현(盧武鉉) 김근태(金槿泰)지도위원 등도 “대선후보 자유경선은 당연한 추세”라고 공감. 한편 김한길선대위기획단장은 “대통령의 후계구도 발언을 충청도 사람들은 희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느냐”고 해석.

○…한나라당은 “평생 후계자를 인정하지 않은 DJ의 성격에 비추어 총선을 겨냥한 ‘당근전략’에 불과하다”고 폄훼.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논평에서 “김대통령의 발언은 누구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죽기살기식으로 뛰라는 요구”라며 “더구나 민주당 내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적합한 대통령 후보가 없다”고 힐난.

자민련은 선거기획전략회의에서 “김대통령의 발언으로 내각제 약속을 파기하겠다는 저의가 드러났다”며 김대통령을 강력히 성토. 박경훈(朴坰煇)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김대통령이 내각제 개헌을 국민에게 약속하고 집권한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인데 총선을 앞두고 내각제가 아닌 대통령후보 문제를 언급한 것은 ‘DJP합의’ 당시부터 내각제 실현 의지가 없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공격.

<송인수·이철희기자> 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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