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회견-YS방문]공천파문 불끄기 정면돌파

  • 입력 2000년 2월 25일 19시 33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25일 기자회견에 앞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을 전격 방문한 것은 공천파문 수습을 위해서는 보다 ‘고단위’ 처방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이는 또 신당 창당 등 공천후유증이 급속하게 확산돼가는 데다 당내 분열 조짐마저 나타나자 이총재의 상황인식이 매우 절박함을 의미한다. YS로부터 자신을 돕겠다는 확실한 대답을 들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상도동을 찾아 ‘굽히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개혁공천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면서도 김윤환(金潤煥) 신상우(辛相佑)의원 등의 낙천과 관련한 인간적 고뇌를 드러내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는 “당을 떠나는 분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 헌신해온 분들”이라고 평가하고 신당 창당에 대한 직접 공격을 자제했다. 당내에서조차 이총재가 인간적으로 너무 매몰찬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대권병’에 걸려 사천(私薦)을 했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개혁공천의 불가피성을 내세우며 정면대응했다. 한국정치를 지배해온 ‘부패정치’ ‘패거리정치’의 청산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것. 그는 또 공천파문 인책론에 대해서는 조기전당대회 개최를 약속, 우회돌파를 시도했다. 총선 직후 전당대회를 열어 총재 재신임을 묻는 한편 부총재단 경선을 통해 세대교체를 단행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그 대목이다.

그러나 이총재의 수습조치에도 불구하고 공천파문이 수그러들지는 미지수다. 신당에 대한 영남지역 여론흐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데다 당내 비주류측의 공천불만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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