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법 살펴보니…]말만 요란했던 개혁

  • 입력 2000년 2월 9일 2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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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8일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6개 정치관계법을 처리했으나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 여망에는 크게 미흡한 수준에 그쳤다. 여론의 비판에 밀려 국회의원 수를 26석 줄이기는 했지만 지구당 폐지 무산 등으로 한국정치의 고질로 지적돼온 ‘고비용 저효율’구조는 여전히 지속될 수밖에 없게 됐다.

▼지구당폐지등 물거품▼

시민단체의 낙천 낙선운동으로 쟁점이 된 선거법 87조(단체 등의 선거개입 금지) 58조(선거운동 정의) 59조(선거운동기간) 등은 87조를 개정, 낙천명단 발표와 토론회 등을 허용하는 선에서 미봉해 버렸다. 이에 따라 집회와 가두캠페인 등 광범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3개 조항 전면 개정을 요구했던 시민단체들이 선거법 무효투쟁을 선언, 총선이 끝날 때까지 불씨가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자금 투명성확보 의문▼

여야는 또 언론자유 침해라는 지적을 받았던 기사심의위원회 신설을 강행, 선거관련 기사를 심의하도록 했다. 그러나 선거운동기간 중 향우회 동창회 종친회 등의 개최를 금지, 사조직에 의한 불법 탈법 선거운동을 막고 선관위에 재정신청권을 부여해 불법선거운동 사범에 대한 수사를 강화토록 한 것은 그마나 성과라면 성과였다.

비례대표에 여성을 30% 할당하도록 정당법을 개정한 것도 여성의 정계진출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돈 먹는 하마’라는 지적을 받아온 지구당 조직을 존속시킨 것은 정치개혁 요구를 외면한 처사로 지적될 만하다.

정치자금법을 개정하면서 여야의 정치자금 불균형 해소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고 정치자금 투명성 확보를 위한 100만원권 수표 의무사용을 도입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그러나 국회법을 개정해 대법원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등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제를 도입하고 법안실명제, 예산결산특위 상설화, 상시개원제 등을 채택한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3당 득실계산에만 분주▼

여야 3당은 정치관계법 개정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일자 그 책임을 서로 떠넘기면서 득실계산에만 분주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선출의 위헌소지 해소와 전국정당화를 명분으로 강력하게 추진했던 1인2표 비례대표제가 무산된 데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자민련은 자신들의 중재안대로 표결처리된 데 대해 만족하며 1인1표제 관철로 비례대표 의석을 2석 정도 더 얻을 수 있게 됐다며 여유를 보였다.

한나라당은 1인2표제 저지로 민주당 자민련의 수도권 연합공천을 막을 수 있게 된 것을 성과로 꼽는 한편 인구상하한선 9만∼35만명 상향조정으로 영남지역 지역구가 많이 줄어든 데 대해서는 불만을 나타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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