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홍사덕 與野 선대위원장 누구 氣가 더?

  • 입력 2000년 1월 27일 19시 14분


27일 무소속 홍사덕(洪思德)의원이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장에 내정됨에 따라 16대 총선의 여야 선대위원장의 대결구도가 ‘이인제(李仁濟) 대 홍사덕’으로 잡혀졌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현승일(玄勝一·국민대총장)공동위원장설도 제기되지만 ‘홍사덕위원장’이 주공(主攻)을 맡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위원장과 홍의원은 젊은 층에 대한 인기와 ‘스타성’을 갖춘 반면 그동안의 전력(前歷)과 정치적 행태에 대해선 상대당으로부터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위원장에게는 신한국당 경선불복과 탈당, 그리고 정권교체 후 여당입당이라는 ‘꼬리’가 따라다닌다. 홍의원에게는 ‘과포(과대포장)’라는 힐난이 여당으로부터 쏟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선대위원장에 기용된 것은 시대적 분위기 때문이란 게 여야 관계자의 설명이다. 선대위원장의 조건이 과거처럼 경륜과 인품, 당내 지지기반 등이 아니라는 것. 젊은 층의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정치적 흥행(興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대중 추수(追隨)주의’라는 일부의 문제점 지적에도 불구하고 대세가 되어가는 것처럼 세태(世態)를 따라가려면 ‘과거’야 어떻든 당장의 바람몰이가 중요하다는 게 여야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여야의 영입작업이 TV에 얼굴이 많이 나온 ‘스타’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또한 두 사람의 선대위원장 기용은 여야 모두 수도권에서 승부를 낸다는 총선 전략에 따른 것.

선거구획정위의 결정에 따라 농촌 지역구가 현저히 줄어드는 만큼 수도권에서 인기가 있는 두 사람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홍의원의 영입은 수도권에서 신당 바람까지 차단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는 게 한나라당 지도부의 계산.

이위원장의 기용은 수도권에서 민주당의 ‘바람’이 예전같이 불지 않는 상황에서 97년 대선 때 500만표를 얻은 이위원장 개인의 인기에 도움받겠다는 여권 핵심부의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총선결과는 이위원장의 차기 대권 진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홍의원의 선대위원장 기용은 약간 성격이 다르다. 홍의원의 전력 등을 문제삼는 당내 지적에 대해 이회창(李會昌)총재 측근들은 “그래도 상대적으로 괜찮다”고 입을 모은다. 홍의원이 기본적으로 이위원장에 대한 대항마 성격이 강하다는 것.

이위원장과는 달리 이총재 체제 아래서 홍의원의 정치적 미래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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