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안보서신' 파문]與 "국론분열" 野 "억지트집"

  • 입력 2000년 1월 19일 20시 13분


국민회의가 19일 예비역 장성들에게 보낸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신년 서신을 문제삼고 나선 배경에는 이총재의 안보관 등을 물고 늘어져 흠집을 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국민회의가 야당 시절 여권으로부터 ‘색깔론’에 시달려왔다면 이번에는 일종의 ‘역(逆) 색깔론’인 셈이다.

국민회의가 이날 공개질의서를 통해 이총재의 서신을 ‘안보위기감을 부채질해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저급한 술책’‘국민과 군을 이간시키려는 국론 분열행위’‘안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강력히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국민회의 당직자들은 97년 대선 당시 부각됐던 이총재 아들의 병역기피의혹까지 제기하며 파상공세를 폈다.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은 “이총재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총재는 간첩이 무서워서 자신의 아들을 군대에 못보냈느냐”고 힐난했다.

김옥두(金玉斗)총재비서실장도 “이총재가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게 얼마나 발목이 잡혔으면 정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그런 편지를 보냈겠느냐”고 비난했다. 이는 이총재의 서신에 등장하는 ‘목숨걸고 간첩쫓던 사람’이 정의원이라는 해석에 따른 것.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총재를 흠집내기 위한 여권의 터무니없는 생떼”라며 일축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현 정권이 외교 및 햇볕정책의 실패를 호도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역공을 취하고 나섰다.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론분열 망언’ 운운하는 국민회의의 주장이야말로 망언”이라며 “편지 중 어느 부분이 잘못되고 비난받을 내용인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이 색깔론 공방으로 비화될 경우 여야 모두 득이 될게 없다는 점에서 과거 ‘빨치산 파문’처럼 확전되기보다는 제한전에 그칠 전망이다. 국민회의는 이날 이총재의 해명 및 사과를 요구하고 국회 국방위를 소집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강한 의지가 실렸다기보다는 정치공세라는 인상이 짙다. 특히 당장 한나라당과 정치개혁 협상을 해야 하는 여권으로서는 무리하게 몰아붙일 수도 없는 처지다.

한 핵심당직자는 “이 문제가 나중에 색깔론 시비로 번져 여권에 불리할 수도 있으나 개의치 않고 시시비비를 가려 재발방지를 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그다지 무게가 실린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자민련도 이 문제를 ‘일과성’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이한동(李漢東)총재권한대행은 “이총재가 보수세력을 끌어가려고 그러는 것인가”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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