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신임각료 임명장주며 일부부처 문책개각 시사

  • 입력 2000년 1월 14일 23시 08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신임 각료들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1·13개각’에 문책성 경질인사가 포함돼 있음을 확인하는 언급을 했다.

김대통령은 우선 외교분야에서 탈북자 문제 등을 거론한 뒤 “우리가 적절히 대처했는가를 반성해야 한다”며 홍순영(洪淳瑛)전외교통상부장관의 탈북자 문제 대응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이날 “4강 외교가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김대통령의 지적은 “외교통상부의 무사안일을 꼬집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전장관의 경우는 또 인사문제를 둘러싸고 홍전장관과 마찰을 빚었던 여권핵심부가 이런 외교적인 대응방식의 문제점을 대통령에게 소상하게 보고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문제에 대해서도 김대통령은 “다소 문제가 있지만…”이라고 말꼬리를 흐리며 여러 문제가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실제 김덕중(金德中)전교육부장관은 사립대학 소유권 문제 등과 관련해 투서가 끊이지 않았고 이 때문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확인에 나서기도 했었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김대통령은 교육개혁이 미진한 데 대해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이건춘(李建春)전건설교통부장관에 대해서도 “선임국장으로 가야할 사람이 지방으로 발령나고 건교부가 동향인으로 채워진다”는 소문이 나도는 등 인가 관련 잡음이 많았다고 다른 관계자는 전했다.

과거에 대한 반성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부인들에게도 이어졌다. 김대통령은 동석한 부인들에게 옷로비 사건을 의식한 듯 “처신을 잘하라”고 당부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지금까지 내조를 잘해 이 자리까지 왔겠지만 더욱 충실히 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각에서 총선출마를 권유받았으나 끝까지 고사한 일부 각료 및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 대해 여권 핵심 일각에서는 “충성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뼈있는 지적도 나와 이들간의 감정의 골도 적지 않게 패인 듯한 분위기다.

<최영묵기자> 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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