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잃은 金대통령'… 청와대 출입기자 오찬서 굳은 표정

  • 입력 1999년 12월 17일 22시 40분


천용택(千容宅)국가정보원장 발언 파문으로 뒤숭숭한 17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부부동반으로 초청해 점심 식사를 같이 했다.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와 함께 오찬장에 들어선 김대통령은 굳은 표정이었다.

기자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식사가 시작될 때도 김대통령의 어두운 얼굴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식사 후 김대통령은 마이크를 잡고 지난 시절을 회고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했다.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역경과 대통령이 된 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분주하게 뛰었던 기억을 차례로 더듬으면서 김대통령은 “힘들었지만 보람도 컸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직후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과 나눈 전화통화 내용도 소개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당선 축하인사를 건네면서 “나라가 붕괴될 위기이니 철저히 잘해야 한다”고 당부하더라는 것.

경제 호전을 알리는 몇가지 지표들을 언급할 때는 김대통령의 표정이 모처럼 밝아졌다. 김대통령은 외환보유고가 700억달러를 넘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9%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IMF관리체제로 2만3000개의 기업이 쓰러졌으나 최근 다시 3만개가 일어섰고 실업자가 올해초의 절반 수준인 97만명 정도로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나도 숫자를 보고 놀랐는데 일자리가 생기니까 고용보험을 타가는 수가 굉장히 줄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김대통령은 비교적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혹은 약간 진전됐다고 할 수 있으나 결코 부정적인 방향으로 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김대통령은 자평했다.

그러나 말미에 국내 정치상황에 대해 말할 때는 김대통령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 김대통령은 “이제 정치가 안정되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개혁도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국민의 뜻을 하늘의 뜻으로 받들고 내 평가는 역사 속에서 받겠다는 확실한 생각이다”면서 동서화합을 위해 최선을 다할 뜻을 밝힌 뒤 국민과 언론의 이해와 협력을 당부했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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