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유도-미싱" 정국 뒤흔든 舌禍

  • 입력 1999년 12월 17일 19시 23분


천용택(千容宅)국가정보원장의 ‘DJ 정치자금’ 발언과 유사한 ‘설화(舌禍)’는 그동안 적지 않았다.

가장 최근의 예는 6월 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의 ‘폭탄주 실언’.

진전부장은 대전고검장 부임이 확정된 뒤 점심때 폭탄주를 마신 상태에서 기자들에게 “조폐공사노조 파업을 유도했다”고 발언해 옷을 벗은 것은 물론 나중에 검찰에 구속되기까지 했다.

이 발언은 노동계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당시 김태정(金泰政)법무부장관의 사퇴로 연결됐다.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의원은 지난해 ‘6·4’지방선거 당시 “DJ는 거짓말을 많이 해 공업용미싱을 써야 한다”고 발언해 검찰에 고소당하기도 했다.

국민회의 서석재(徐錫宰)의원은 95년 YS정부 총무처장관 재임 당시 “전직대통령 가운데 한사람이 4000억원대의 가명계좌를 갖고 있다”고 발언해 장관직을 내놓고 검찰수사도 받았다.

이 발언은 검찰수사에서는 근거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으나 얼마 뒤 노태우(盧泰愚)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 비자금 수사에서 일부가 사실로 드러났다.

또 95년 당시 김숙희(金淑喜)교육부장관은 국방대학원의 현역장교들 앞에서 “6·25는 명분이 약한 동족상잔이고, 베트남전에 우리 군은 ‘용병’으로 참여했다”고 발언했다가 이틀 만에 전격 해임되기도 했다.

이밖에 “북한 함정이 북방한계선을 넘어와도 상관없다”(96년 이종구·李鍾九전국방장관), “검찰이 마작이나 하면서 나라를 망치고 있다”(96년 채영석·蔡映錫 국민회의의원), “공산당 결성 막을 수 없다”(92년 정주영·鄭周永 당시 국민당대표) 등 90년 이후의 설화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