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문건파문]말바꾸기 이종찬부총재, 黨서 비판받아

  • 입력 1999년 10월 29일 20시 09분


국민회의 이종찬부총재는 29일 국회에서 ‘언론대책문건’의 유출경위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회를 나서다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와 마주치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난 피해자”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가 보내온 문제의 문건을 보지도 못했고 분실했을 뿐인데 마치 문건파동으로 여권 전체를 곤경에 빠뜨린 ‘당사자’인 것처럼 비치고 있어 ‘피해자’라는 뜻이었다.

김총리는 “일수가 사납지만 괜찮다”고 위로했지만 이부총재가 문건파동 과정에서 보인 언행에 대해서는 여권 내에서도 ‘석연치않은 대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먼저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가 이부총재의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문건을 몰래 복사했다고 공개해 분실과정은 해명됐지만 “문건을 보지 못했다”는 이부총재의 설명에 대해서는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97년 대선기획단장으로 선거를 총지휘할 때 이부총재가 보여준 ‘보고서 챙기기’스타일이나 정보 최고책임자를 지낸 인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말을 믿기 어렵다”고 반문했다.

또 28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중앙일보 간부가 문기자의 문건 작성에 관여했음을 입증할 수 있는 문기자와의 전화통화 녹취록이 있다고 밝혀놓고도 29일 기자회견에서는 “표현이 와전됐다. 녹취하지는 않았고 문기자가 분명히 얘기한 상황은 없다”고 번복했다.

이부총재가 “문기자가 회사간부와 상의했다고 하더라”고 말한 대목은 바로 중앙일보가 ‘역공작’차원에서 문건을 작성해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국민회의측 주장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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