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TJ합당조율]마주보곤 한소리…돌아서선 딴소리

  • 입력 1999년 10월 14일 19시 35분


여권은 14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와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의 회동,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박총재의 회동을 잇따라 갖는 등 공동여당 합당에 대한 수뇌부 이견 조율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들은 합당 여부에 대한 명확한 결론 없이 겉으로만 입을 맞춰 여권의 합당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총리는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배석자 없이 박총재와 점심 식사를 함께 한 뒤 이덕주(李德周)총리공보수석비서관을 통해 두가지 합의 사항을 발표.

첫째는 ‘연내에 (합당에 대한)당론을 완전히 굳혀 자민련의 길을 간다. 나(김총리)는 당론에 따를 것이다’, 둘째는 ‘모든 일은 박총재가 강력하게 이끌고 간다’는 것.

김총리는 이에 앞서 식사 전 기자들이 “두 분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 같다”고 묻자 “우리 둘은 이견이 없다. 나는 당의 뜻을 따를 뿐”이라고 부인. 그는 또 “분위기가 합당쪽 아니냐”는 물음에도 “언론이 자꾸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반문.

김총리의 한 측근은 이와 관련, “총리의 마음은 이미 합당 쪽으로 기운 상태”라며 “박총재가 이제 총리 뜻을 잘 알았을테니 이에 따라 당론을 모으지 않겠느냐”고 기대.

○…반면 박총재는 식사 후 조영장(趙榮藏)비서실장을 통해 “자민련은 자민련의 길을 가며 김총리는 당론에 따른다”면서 합의사항을 김총리와 다르게 소개. 조실장은 특히 “자민련의 길과 당론은 중대선거구제와 합당 반대”라며 김총리측과 정반대 해석을 한 뒤 “자민련 총재는 누가 뭐래도 박총재”라고 강조.

박총재는 이날 한국갤럽에 의뢰해 3000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합당 관련 여론조사 결과 반대가 찬성보다 10% 이상 앞섰다면서 김총리에게 합당 불가 주장을 피력했다는 후문. 조실장은 “총재는 일단 한번 마음을 먹으면 바뀌지 않는다”고 설명.

○…김대통령은 이날 박총재와의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합당 관련 언급을 피한 채 정치개혁의 우선적 추진과 함께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전력을 기울이기로 합의.

김정길(金正吉)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박총재는 합당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구제 등 정치개혁을 먼저 하자는 입장으로 이에 대해선 세 분 사이에 전혀 이견이 없다”면서 “김대통령도 국감도 끝나가니 이제 정치개혁에 주력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을 것”이라고 전언.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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